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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Jan 16. 2023

나들이가 준 뜻밖의 수확

5개월 차 아기도 할 수 있어요!

23년 1월 16일,

나들이가 준 뜻밖의 수확


우리는 아이의 첫나들이 장소로 '서울역사박물관' 택했다. 우선 가까웠고 회사 근처라 건물 전면에 걸린 전시 안내를 보며 종종 들른 익숙한 곳이어서다. 아이 수유 간격이 3~4시간으로 일정해지고 루틴이 생기면서 아이와의 외출은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동네 놀이터, 도서관 등까지 산책 삼아 걷는 루트를 이용했다. 아이가  컸다고 해도 작은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일은 상상이상으로  도전이다! 그리고 어떻게 봐도 0세는 작은 아이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아이는 아기띠나 유아차에 조용히 있는 편이다. 근래 몸무게가 늘면서 아기띠를 하고 다니긴 어려워졌다. 이럴 때 보면 아이의 폭풍성장은 정말 놀랍다! 또 하루하루 부쩍 크는 아이 모습을 혼자 보기 아쉽기도 하다. 아이와 하루를 안정적으로 보내는 게 가능해지면서 부모님, 지인 등을 집에 초대했다. 외출에 앞서 시간을 채워줄 누군가를 밖에서 충원한 셈이다. 다행히 그들은 '아이 있는 삶'에 접어든 우리를 격려하고 시간도 충실히 채워줬다.


연초부터 부쩍 따뜻해진 날씨로 우리는 대담하게 '아이와의 외출'을 감행했다. 많은 분들이 집에 방문해 주셨지만 그 방법은 지속가능하지 않아서다. 봄이 되면 열심히 아이를 데리고 나가자고 했는데 겨울이 춥지 않아 외출 시기가 당겨졌다. 혼자 목, 허리를 가누게 된 아이의 변화도 이제 외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몇 년 전이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미술관, 박물관 등에 유아차가 많아졌다는 기사는 나들이 장소를 고민하던 우리에게 좋은 팁이 됐다.


다행히  근처에는 갈만한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공공시설이 많았다. 전부터 아내가 좋아하던 곳이라 전시를 보러,  좋은 공간을 경험하러 다닌  도움이 됐다. 당시엔 애정하는 장소를 반복해 가는  좋아하는 아내를 따라   곳을 주로 갔다. 하나 달라진 점은 아이가 견딜  있는 시간을 계산해 동선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이동하는 차에서 조용히 있었다. 본격 외출을 하기 전에 예행연습 삼아 차에 태워 동네 병원 등을  때도 아이는  밖을 보며 평온하게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건,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긴장한 탓인 듯해 마음이 짠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허들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이 시기 아이는 예민해서 익숙하지 않은 걸 버티지 못하는 때가 많다. 당연한 일이다! 아이와의 외출은 어른의 외출과는 완전히 다르다. 외출 시간에 맞춰 각자 준비하고 집에서 나서기만 하면 되는 어른의 외출은 간소하다. 아이를 동반한 외출은 수유 간격을 고려해 아이 분유(+보온병), 이동 중 놀잇감(쪽쪽이 등), 물티슈, 여벌의 옷 등을 함께 챙겨야 해 번거롭다. 챙겨야 할 짐의 무게가 아이보다 무거운 건 이 때문이다.


생후 5개월 아이는 다양한 감각에 노출되는  중요하다고 들었다.  이유는 아니지만 출산 전부터 아이가 일정 월령이 되면 밖에 나가자고 했다. 고작 뒷산이나 동네 천변이  목적지였지만 그간 우리 부부가 산책하던 곳이란 점에서 의미 있겠다고 봤다. 둘이 다니던 곳을 아이와 함께 갔을  느낄 감정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익숙한 동네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흥미진진했다. 천천히 이동 반경을 넓히는  단계단계 커가는 아이 발달에 맞추는 것과 같았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거다! 아마 초등학교 다닐 때쯤이었을 것 같다. 학교로 가는 골목길 옆 담은 내 키를 훌쩍 넘어 엄청 높게 느껴졌다. 그러다 그 길을 성인이 되고 걷는 데, 당시 모습을 간직한 골목길은 정말 좁았다. 또 길 옆 담은 조금만 몸을 세우면 집 안쪽 마당이 보일 정도로 낮았다. 내가 기억하는 '시간 흐름에 따른 감각 차이'도 이렇게 큰데, 지금 아이에겐 주변 모든 게 엄청나게 커 보일게 분명했다. 산책 때 아기띠 안으로 잔뜩 움츠린 아이를 볼 때면 아이가 정말 작고 연약한 존재란 걸 다시금 깨닫는다.


나들이 목적지인 박물관은 차로 20여분 만이면 갈 거리라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이는 이번에도 창 밖을 보며 조용히 있었다. 아이 외출을 목적으로 간 박물관에서 우린 오랜만에 여백 공간이 주는 편안함, 전시공간 특유의 여유로움을 경험했다. 아내는 출산 후 기껏해야 동네 작은 도서관이나 병원, 한의원 등에만 다녔으니 더 생경했을 법했다. 또 출산-육아로 이어진 기간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해야 해 더 힘들었을 게 뻔하다! 고립된 상황에서 아이에 모든 걸 맞춰야 하는 대전환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점인 내가 제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나들이를 자주 하기로 결심했다. 외출을 고민하는 같은 월령 부모에게 좋은 예가 되면 좋겠다. 처음이 어렵지 아늑한 실내 공간으로의 짧은 나들이는 아이, 부모 모두를 자유롭게 한다. 안전이나 날씨로 고민하는 부모가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깥세상을 처음 겪는 아이를 보는 '쏠쏠한 재미'는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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