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이 모토지로의 단편 / 1928
91년 4월 10일, 해군에 입대했다. 진해는 군항제가 한창이었고, 입소 전날 묵던 여관 창문은 상춘객들의 달뜬 취기로 김이 서릴 정도였다. 그렇게 아무일 없다는 듯이 벚꽃은 피어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다보면 남산 아래 산책로를 지나게 된다. 토박이들은 안다. 장항선이 지상으로 지나던 굴다리 옆 그 길이다. 요즘 그 길에 꽃이 피었다. 다시 그 벚꽃이다. 내 연배 쯤 되는 어느 여편네가 만개한 벚꽃 가지를 입에 물고, 사진을 찍고 있다. 문득 카지이 모토지로의 단편소설 <벚꽃나무 아래>에 나오는 명주잠자리 사체가 떠올랐다.
내친 김에 검색해보니 마침 도서관에 있어, 빌려서 다시 읽어보았다.
영화 <러브레터>에도 인용되었던 소설의 도입부,
“아아, 벚꽃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