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는 쪽에 서기로 했다
그리움은 슬픔과 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먼 기억 속 순간들이 나를 부르면 마음이 먼저 저렸으니까. 내가 슬픔을 품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점점 깨달았다. 따뜻한 빛으로 윤을 내며 나를 부르는 그곳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슬픔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익어간 사랑이었다.
섬에서 태어나 바닷바람으로 큰 아이. 어린 시절 풀숲은 내게 초록의 감각을 남겼고, 어디서나 보이던 푸른 바다는 내 안에 일렁임으로 깃들었다. 가끔 나를 흔들던 묵직한 덩어리가 사실은 내 감각의 뿌리였다니.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는, 마음이 어둑해질 때마다 그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그런 날엔 더욱 쓰고 싶어졌다.
많은 이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다정한 마음도 쉽게 오해받는 지금이야말로 ‘사랑’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나는 이제 사랑을 말하는 쪽에 서고 싶다. 진짜 사랑, 또는 새롭게 발견한 시선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자꾸만 환한 쪽을 바라보게 만든 감각들, 내게 와 다시 누군가에게로 흘렀던 마음들, 먼 계절의 틈에 꽂아두었던 조각들을 꺼내보려 한다. 갈래를 모두 모아놓으면 내가 지나온 작은 지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보이기 힘든 상처를 억지로 드러내거나 거창한 말로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다정한 시선 하나가 누군가를 바꿀 힘이 되기도 하니까. 우리도 모르게 주고받는 작은 마음들, 매일을 통과하는 삶의 기본값.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일 테니.
# 봄. 여름. 가을. 겨울
: 계절이 내게 말을 걸 때, 나는 그 말을 사랑이라 받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