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반도 남쪽 땅끝 마을 라고스에 닿다

[10월16일] 체코와 벨기에 소녀에게 2시간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by 이철현

리스본 벨렝 지구를 다시 갔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빠뜨린 탓이다.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해 루트를 발견한 다스코 다 가마가 항해를 떠나기 전 반드시 들러 무사귀환을 기도했다는 교회다. 규모도 엄청나지만 교회를 받치는 기둥의 굵기와 그 섬세한 새김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다스코 다 가마 석관이 있고 오른쪽에는 포르투갈 국민 시인의 석관이 자리한다. 석관 위에는 두 사람의 실물 조각상이 누워있다. 그 정면에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성상이 자리하고 교회를 떠받치는 기둥이 섰고 기둥 표면에는 나무에 새긴 양 섬세한 문양이 돌기둥을 따라 새겨져 있다.

KakaoTalk_Photo_2021-10-16-21-48-43 009.jpeg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교회였다.

제로니무스에서 한국인을 만났다. 포르투갈에서 만난 첫 한국인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휠체어에 태워 리스본 곳곳을 돌아다니는 듯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도 성상 앞 정면에 어머니를 모시고 정성들려 사진을 찍어 드렸다. 모자 일행은 발견기념탑과 벨렝탑을 오가는 중에도 마추졌다.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은 듯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다니며 극진하게 살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동적이었다. 모자의 포르투갈 여행이 평온하길 기원한다.

KakaoTalk_Photo_2021-10-16-21-48-55 011.jpeg 한국인 청년이 휠체어에 어머니를 모시고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벨렝탑과 발견기념비을 다시 들른 뒤 이베리아반도 남쪽 땅끝 마을 라고스로 향했다. 구글맵이 알려준대로 총 6시간동안 시내버스 타고 지하철로 이동한 뒤 기차를 2번 갈아탄 뒤 라고스에 도착했다. 해안선을 따라 천애의 암벽과 그 사이 곳곳에 모래사장이 숨겨져 있는 극치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내일 해안선을 따라 숨은 모래 해변을 일일이 방문하려 한다. 걸어서 3시간 안팎이면 돌 수 있다고 하니 오전에는 해안선 투어를 마치고 오후 2시30분 베르길이라는 곳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해안 모래 사장 위에 바닷물의 풍화로 생긴 자연 석굴에 천정이 뚫려 하늘이 보인다고 한다. 그곳을 간다.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한국인에게는 덜 알려진 곳이다. 주로 유럽 전역에서 몰려온 젊은이들이 서핑, 카약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KakaoTalk_Photo_2021-10-16-21-47-44 002.jpeg 바다에 떠있는 요새 벨렝탑 앞에서 기념 촬영

이곳에서 뜻밖의 불행과 행운이 교차했다. 부킹닷컴을 통해 숙소를 예약했는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나이가 마흔이 넘어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체크인을 거부했다. 대신 그곳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다른 호스텔을 소개해주었다. 황당했지만 어쩌겠나. 이미 늦은 시간이라 왈가불가할 여유가 없었다. 얼른 그곳으로 이동했다. 부시시 얼굴로 호스텔 주인이 나타나 방으로 안내했다. 6명이 쓰는 도미토리룸으로 안내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나 홀로 방을 쓰게 된 것이다. 지난밤 귀마개를 뚫는 코골이를 경험한 터라 혼자 잔다니 이거 웬 행운인가 싶었다. 샤워하고 맥주 6병도 사와 반지만 입고 맥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소녀 2명이 방으로 들어오다 깜짝 놀랐다. 그 방에 일찌감치 체크인한 친구들이었다.

KakaoTalk_Photo_2021-10-16-21-49-00 012.jpeg 바다로 나가는 포르투갈인의 기상을 보여주는 발견기념탑

한눈에 봐도 이쁜 소녀들이었다. 체코 출신 사라와 벨기에 출신 아델은 한국인 아저씨에게 스퀴즈게임부터 기생충, 블랙핑크, 성형수술 그리고 북한 이슈까지 물어댔다. 유럽에서 온 소녀들이 한국에 대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에 놀랐고 이리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스퀴즈 게임이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듯하다. 2시간 가량 한국 아저씨를 고문한 뒤 자정을 넘어 숙소를 나갔다. 지금부터 라고스의 토요일밤을 즐기려는 것이다. 그 젊음이 부러웠다. 스퀴즈게임 주인공 이정재는 연기는 잘하지만 못생겼다고 하길래 이정재 사진을 찾아보여주었다. 사라가 깜짝 놀랐다. 이정재가 이리 멋지게 생긴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가 방을 나가면서 내게 아저씨가 스퀴즈게임 주인공보다 잘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쁜 애가 착하기까지. ㅋㅋ 두 소녀가 라고스에서 행복한 토요일밤을 보내길 기도한다.

KakaoTalk_Photo_2021-10-16-21-49-09 014.jpeg 이베리아 남단 땅끝마을 라고스와 사그레브를 둘러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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