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부동산 바겐세일 중

이스탄불에서 반값에 집사기

by 이철현

올해 들어 터키 리라화 가치가 40% 폭락했다. 그러다보니 이스탄불 물가를 원화로 환산하면 엄청 싸다. 이스탄불 시내 한복판에 있는 샤넬, 루이뷔통 매장 앞에는 싼 값에 명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통화가치가 폭락하니 집값도 원화나 달러화로 환산하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터키 리리화 기준으로는 집값이 조금씩 오르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연초에 비해 바겐세일 수준이다. 여윳돈이 있으면 이스탄불 집 사기에 딱 좋다. 터키 리라화가 회복하기를 2~3년 기다려면 대박도 가능하다. 집값도 오르는데다 환율 안정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금 터키는 외채, 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비슷하다. 외채는 3600억 달러를 넘고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6%에 이른다. 경상수지 적자는 560억 달러를 웃돌고 재정적자도 심각하다. 이 와중에 미국과 외교 분쟁까지 벌어져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관세까지 맞았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끼며 투자금을 빼면서 터키 리라화는 폭락하고 있다.

IMG_3981.JPG 이스탄불 신시가지 집값은 원화로 환산하면 1년전의 반값으로 떨어졌다.

이스탄불 신시가지 중심지 탁심광장 근처에 외국인이 모여 사는 부촌 지한기르가 있다. 우리나라 청담동과 이태원을 합쳐놓은 곳이라 보면 된다. 이곳에서 60평형 고급 아파트가 3억원에 불과하다. 방 4개, 화장실 2개, 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거실 등 꽤 고급스런 시설을 갖춘 아파트가 3억원에 불과하다니. 이스탄불에서 지한기르에 산다는 것은 상당한 부자라는 뜻이다. 프린세스 제도에 있는 뷔육아다 섬에 가는 길에 만난 터키 의사 진에게 탁심 주변 지한기르에 있는 아파트를 살까 고민 중이라고 했더니 혀를 내두르며 “거기 진짜 비싸”라고 놀랄 정도였다. 진은 부인도 의사라 꽤 잘 사는 터키인이지만 지한기르 아파트 매입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보스포러스 해협에 바라다 보이는 5층 펜트하우스(35평형 방 2개, 거실 1개)는 2억원 안팎이다. 이 집도 지한기르에 있다. 이곳을 매입해서 한인민박이나 에어비앤비에 활용해도 될 듯하다. 운영은 이스탄불에 자리잡은 36세 동갑내기 한국인들에게 맡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스탄불 한인민박을 운영하는 두 친구와 민박집에 머물면서 상당히 친해졌다. 스트레스와 각박한 현실에서 도망쳐 나오다시피 한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돌면서 민박을 운영하는 친구들이다. 두루 돌아다니다 이스탄불만큼 좋은 곳이 없다 생각해 이곳에 자리잡기로 마음먹었단다. 이스탄불에 정착한 지는 이제 4개월째다.

이스탄불 부동산.jpg 이스탄불 신시가지 고급 주택가 지한기르에 자리한 부동산 중개사

외국인이 이스탄불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세무서에 가서 세금번호(tax number)를 부여 받고 여권 사본 2장을 제출한다. 터키어로 번역해야 하는 번역료가 500 리라(9만 원가량)이다. 여기에 6개월 내 찍은 사진 2장 제출하면 끝이다. 매입 절차는 3주 가량 걸린다. 터키 육군이 신원을 조사한 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바로 허가가 나온다. 세금은 매입가의 1.5%다. 다만 부동산 중개료가 비싸다. 중개업자에게 매입가의 2%를 중개료로 내야 한다. 대신 중개업자가 법적 분쟁부터 매입 실무까지 책임지고 챙긴다.


청담동이나 이태원 60평형 고급 아파트를 3억원에 산다고 생각해봐라. 한국에서는 족히 10억원이 넘을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로 환산하면 10억원에 육박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긴 대규모 부동산 바겐세일이다. 이스탄불에서 샤넬이나 루이뷔통이 아니라 집을 살 기회다. 이스탄불은 지금 대규모 부동산 세일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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