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해 보이나 속은 따뜻한 터키인들

가던 길도 돌아가 길 안내하고 영어하는 사람 찾아 소개까지 해줘

by 이철현

터키에서는 술을 구하기 쉽지 않다. 관광지를 제외하면 도시 편의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맥주라는 사 마시려면 술만 따로 파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앙카라에서 편의점에 들러 물을 사다가 맥주 어딨냐고 물었더니 밖으로 나가 300미터 떨어진 술파는 곳에 가란다. 음식점에서도 맥주를 시키면 따로 술파는 곳에 안내해주고 식사는 자기 가게에서 만든 걸 가져오겠다고 한다. 또 물가를 감안하면 술은 아주 비싼 음료다. 국민 98%가량이 무슬람이다보니 역시 술 유통은 엄격했다. 대신 담배는 엄청 피운다. 터키 남성 흡연률은 90% 이상인 듯하다. 터키인 남성 대부분이 담배를 피웠다.

IMG_4641.JPG 샤플란 볼루에서 히타이트 양식 철제 수공예품을 만드는 터키 할아버지

터키인 남자들은 얼핏 험상궂고 무뚝뚝하게 보여 말 걸기가 쉽지 않다. 용기내서 말을 걸면 터키인 대다수는 낯선 이방인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여행객이 영어로 던지는 질문에 영어로 답하지 못하면 자기 가는 방향을 바꾸거나 가는 방향으로 가는 다른 터키인에게 안내를 부탁하기도 한다. 앙카라 지하철 키즐아이역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길을 몰라 지나가는 이에게 물었다. 다행히 네덜란드에서 사는 터키인이라 영어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다 반대편 노선의 기차를 잘못 탔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다음 역에서 내려 다시 반대편 차로 갈아타고 목적지역에 내릴 때까지 나랑 동행했다.

IMG_4664.JPG 앙카라 시외버스터미널은 정신 없을 정도로 터키인들로 북적인다.

하샤드 차칸라고 자기를 소개한 이 남성은 37세로 네덜란드에서 막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원래 크루즈에서 바텐더로 일했으나 1년여전 실직하고 네덜란드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건물을 신축할 때 세우는 철골 지지대나 비계를 설치하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허리에 안전벨트를 걸고 공중에 매달려 작업해야하는 터라 오래하면 허리가 망가져 2~3년 돈을 번 다음에 그만둘 계획이라고 한다. 하샤드는 앙카라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3개월에 한번씩 고향에 있는 부인과 자식 3명을 보기 위해 장거리를 버스를 타고 앙카라에 온다.


하샤드만큼 영어를 구사하는 이는 터키에서 찾기 어렵다. 터키에 온지 일주일 지났는데 처음 만났다. 한번은 터키 여학생들에게 지하철역에서 길을 물었더니 자기들끼리 끽끽거리며 웃고 떠들며 지나갔다. 또 터키인들은 외국인이 영어로 물어보면 상대방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는 상관없이 터키어로 떠들어댄다. 내가 답답해하면 따라오라손짓하고 주변에 영어하는 사람에게 데려간다. 하지만 그도 자기 업무와 관련된 기본 영어만 떠듬떠듬 구사한다. 기본 단어만 무뚝뚝하게 뱉어낸다.

IMG_4540.JPG 아타튀르크 영묘 수비병 교대식

시외버스 터미널 티켓 판매원이나 버스 운전자는 예외다. 상당히 불친절하고 무뚝뚝하다. 모든 티켓 판매원이나 운전자를 만난 건 아니니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고 인정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만난 티켓 판매원과 운전자 12명중에 친절하다고 느낀 이는 샤프란 볼루 시골 역에서 일하는 메트로 직원 하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그런가 보다.


터키인은 털이 많다. 얼굴에 수염이 가득하다. 면도해도 검푸른 수염자국이 짙다. 팔에도 털이 수북하다. 벌려진 셔츠 사이로 가슴에 털이 한가득 삐져나온다. 눈이 크고 수염은 짙고 피부는 검게 그을린 데다 얼굴에 점이 많아 아무리 차려입어도 깔끔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성은 아름다운 눈과 피부를 가진 이가 적지 않았지만 히잡으로 머리와 목을 가렸다.

IMG_4682.JPG 앙카라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에 만난 석회 호수

지금은 앙카라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 안이다. 3시간가량 달려야 한다. 양쪽으로 끝도 없는 아나톨리아 평원이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는 작은 구릉들이 지평선을 가리며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인상적인 것은 오른쪽으로 펼쳐진 하얀 들판이었다. 석회인지 소금 덩어리인지 순백으로 덮힌 하얀 평원이 황무지 너머로 엄청난 규모로 펼쳐졌다. 눈은 아니다. 그러기엔 기온이 너무 높다. 석회일 가능성이 컸다. 소금밭도 아닐 듯하다. 이게 소금이라면 주변에 수풀이 자랄 수 없으리라.(카파도키아에 도착해 터키인에게 물어보니 거대한 소금호수란다. 터키서 사용하는 소금의 80% 이상을 여기서 가져온단다.)


느닷없이 나타난 비경에 취했다. 터키인 상당수가 하얀 들판에 들어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주변 주차장에는 터키인들이 타고 온 차가 가득했다. 함께 버스에 탄 터키인마저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걸 보는 터키인에게도 비경인 듯하다. 버스로 15분가량 달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란색 풀밭이 이어졌다. 멀리 자리한 산을 배경으로 들판이 펼쳐졌고 아나톨리아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평선도 나타났다. 아나톨리아에는 워낙 산과 낮은 구릉이 많아 지평선을 보기 쉽지 않은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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