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캉제, 타이페이 최고의 산책로

딘타이펑에서 식사하고 융카제 따라 걷다가 만난 타이페이의 아취

by 이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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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카제 거리 키 낮은 지붕 아래 아기자기하게 자리한 가게들
6.jpg 일제 강점기 시절 세워진 일식 가옥에 타이완 개성이 덧대진 곳에 일본식 술집이 자리한다.

교육받으러 대만에 왔다. 교육 첫날 오후 5시 일과를 마쳤다. 교육과정 전체가 영어로 진행되다보니 끝까지 긴장하고 듣고 말해야 했던 터라 교육이 끝나자 파김치가 되었다. 타이페이 친구들과 저녁식사 약속도 포기하고 침대로 파고들었다. 1시간30분 남짓 자고 일어나 타이페이 가이드북 들고 호텔을 나섰다.


호텔 근처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 역에서 지하철 MRT를 타고 3정거장 지나 둥먼(東門)역에서 내렸다. 5번 출구 나와 조금 걸어가자 타이페이 최고의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이 나타났다. 주문받기에 필요한 만큼 한국어를 구사하는 종업원 안내를 받고 2층에 올라갔다. 딘타이펑 최고의 딤섬이라는 샤오룽바오와 볶음밥을 시켰다. 샤오롱바오 맛은 기대이상이었다. 입이 짧아 낯선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내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볶음밥은 자장 소스 없는 한국 볶음밥과 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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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답게 딘타이펑 샤오롱바오는 일미였다.

딘타이펑을 나와 융캉제 거리로 들어섰다. 스무디 가게에서 패션푸르츠망고 스무디를 먹었다. 엄청 달았다. 몸은 더운데 갑자기 찬게 들어가니 머리가 코 사이 깊숙이 통증이 느껴졌다. 단거 싫어하는 나로서는 반밖에 먹지 않고 남겨야 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융캉제 초입을 벗어나 거리 깊숙이 들어가자 융캉제의 멋진 속살이 드러났다. 키 낮은 지붕 아래로 일본식 술집, 커피 전문점, 타이완 전통 찻집, 수제 악세사리 등 깜찍한 가게들이 아취를 풍기며 줄지어 늘었다. 융카제 공원을 넘어 길을 따라 1km가량 걸어가는 내내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야할 장면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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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곳이라 해서 들러 스무디 시켜 먹었지만 단거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반밖에 먹지 못했다. 독살스럽게 달다. ㅋㅋ

융캉제가 끝나는 곳에는 대만국립사범대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를 가로질러 시다 야시장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이대 앞 같은 분위기였다. ‘이화’라고 한글 간판을 단 옷가게도 있었다. 대만국립사범대생들이 만들어낸 활기찬 분위기가 야시장을 가득 채웠다. 타이페이 특유의 길거리 음식 냄새를 맡으며 역시 키 낮은 지붕 사이에 자리한 작은 상점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시장 반대편으로 나왔다. 융카제를 다시 보고 싶어 왔던 길을 다시 밟으며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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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다 야시장은 우리나라 이대 앞으로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대학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길에는 아름다움에 취해 겉모습만 보고 지나쳤으나 돌아가는 길에는 가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가게 안에 들러 타이완 전통 차 향도 맡고 돌로 만든 거북이 조각상, 전통 회화 작품, 골동품 등을 보면서 돌아왔다. 대만국립대학 캠퍼스 한가운데서 힙합 음악이 크게 들려왔다. 아주 큰 강의동 현관 앞에 3팀이 각각 다른 힙합 음악을 틀어놓고 군무를 펼쳤다. 척봐도 스웩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추는 모습에서 상당한 연습량이 쌓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강의동 맨 위에는 ‘2019년 전 세계 대학 순위 15위’라는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이나보다.

3.jpg 타이완 전통 찻집에서 만난 거북이 조각상. 이 조각상 위에 우러낸 찻물을 흘린다.

대학을 지나 융캉제 초입으로 지나자 잘 생긴 이탈리안 남자 유학생과 대만 여대생 커플이 다가왔다. 이탈리아 대학생 나란히 걷는 대만 여대생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커플이 지나자 융캉제 공원에는 더운 날씨에도 젊은 커플이 벤치에 포개져 않아 늦은 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외로운 여행객이 보내는 눈길은 그들은 포착하지 못했다. 난 언제 그랬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질투가 날만큼 부러웠다. 그들의 젊음이.


시먼딩이 작은 명동이라 느껴질만큼 타이페이의 개성을 찾을 수 없었으나 융카제에선 타이페이의 운치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타이페이에서 딱 한곳만 들려야 한다면 딘타이펑에서 식사하고 융캉제를 산책한 뒤 대만국립사범대를 지나 스다야시장까지 가는 코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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