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도리스 되리 소설

by 시선siseon

언제나 그렇게 극적이길 원한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데로 두는 것이 뭐가 나빠서. 그러나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는 일도 쉽지는 않으니 그냥 터져버리길 선택하고 만다. 퍼엉. 그렇게 감정의 바닥을 찍고, 서로의 바닥을 확인하고 뇌가 흐물거리도록 울어댄다. 그것도 처음에 비하면 감정의 해소를 위한 극적인 상황의 역치가 점점 높아져서 자기가 토해내는 감정에 자기가 힘에 부쳐 헉헉대도 멈출 줄을 모른다.


- 더 이상 뭘 더 어떻게 해야 되나.


인간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인바, 할 수 있는 모든 패악을 다 부리고도 그 조차 패턴화 되어버리고 말자 갈 곳을 잃은 감정의 폭탄을 어찌할 바를 모른다. 범죄도 창의성이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감정이 들끓고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데 익숙한 것은 다만 부정적인 감정에 한해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 그냥 날 데려가버리란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날 이끌어줘.

- 엉망진창이 되도록 취해버리자.


이 정도 광기, 내일이 없이 오늘을 살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동참해줄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상대가 이 충동에 동조해주지 않는다면 그렇게 만들기 위한 거짓말도, 거짓으로 꾸민 상황극도 스스럼없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미치고, 쉽게 질리고. 그런데도 가끔은 꿈꾼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는 평범한 삶, 정착된 일상. 정작 그렇게 살아내지도 못할 거면서.


도리스 되리 감독의 뮤즈, 파니. 파니의 단편 이야기들이 엮어져 있는 단편집 제목은 그래서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이다. 제목이 어찌나 절묘한지.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마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기를 마음먹은 냥 폭주하는 감정의 도가니탕 속에서 사랑은, 파멸을 초래하기 위한 기제로 존재할 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그런 사랑은 그녀를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 개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