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어지던 순간이 있었다.
분명 지금 생각하면 10대의 나 또한 나름의 반짝임이 있었을 텐데 지금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하면 머리가 갸우뚱 해 질만큼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나를 좋아한다 말하던 아이의 수줍은 얼굴이 있었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같은 학원을 다녔던 한 아이를 혼자 좋아했다. 개구진 얼굴에 장난도 잘 치는 까무잡잡한 얼굴의 아이. 자그마한 체구에 키도 크지 않았지만 잘 웃고, 모나지 않은 성격 탓에 두루두루 꽤 인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름은 외모 지상주의이던 나는 그 애의 웃는 얼굴이 그렇게 이뻤다.
남몰래 좋아하기를 몇 달, 발렌타인데이를 계기로 대망의 고백을 감행했다. ‘너 좋아하니 나랑 사귀자’ 따위의 패기 있는 고백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 소심한 고백. ‘나 너 좋아해’가 고백의 전부였던 그런 고백. 그저 누군가를 좋아하는 내 마음에 들떠 고백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상대방의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었던 그런 고백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도 좋아한다는 고백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집 근처 어딘가에서 그 아이를 따로 만났던 순간. 수줍게 웃던 그 아이의 얼굴이 생생하다. 몇 달간의 짝사랑 중에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라 나는 그저 어버버 했던 것 같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와 같은 다른 기억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 아이의 웃음. 그 표정 하나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자의식이 너무나 결핍되어서 인지 혹은 오로지 자의식 밖에 없었던 탓인지 아직도 알 수는 없지만, 그저 사랑이 이어질 것이라고는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사랑. 그런 사랑에 수줍은 미소로 답해주었던 그 아이가 이따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