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를 만날 때면 늘 달뜬 상태로 가요. 여기저기서 온통 물어 뜯기고 모른 채 당해 피폐해져 있는 그녀에게 그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거든요. 다른 무엇도 아닌 '그녀'를 바라봐주는 사람. 그녀의 눈빛과 행동을 관찰해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던 그는 정말이지.. 죽어있는 그녀를 살려주는 것 같았어요. 그 말투, 행동 하나 하나에 설레어하고 어찌할 바 모르던 그녀는 그래서 그와 감히 눈 마주치는 것조차 심장이 뛰어서 못할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그 관심이면.. 그 사랑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되었을 때, 그녀는 정말로 너무 두려웠어요. 그가 금방이라도 떠나 버리는 게 당연할 것 같았거든요. 사실은 여전히 두려워해요. 재촉하는 마음이 결국 더욱 관계를 망칠 뿐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 그녀는 또 조급증을 내요. 시도 때도 없이 그가 떠나진 않을 것인지 묻고 싶어요. 내 곁에 있어줄 건가요? 그런 염치없는 질문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조차 없으면서 그녀는 여전히 그의 마음이 멀어진 것은 아닌지 늘 가늠해요. 그리고는 또 그런 염치없음 조차 망각하고, 그를 만나러 갈 때마다 다시 또 달뜬 마음으로 가곤 해요. 허기진 자가 물을 찾듯, 그녀를 숨 쉬게 해주는 것들.. 그녀를 관찰해주고 궁금해 해주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마음이 어떻게 달뜨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것은 명백한 사치인걸요. 모든 것을 물을 수 없는 그에게 모든 것을 궁금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내 솜털 하나까지 예뻐하던 그의 손길도.. 그런데 이미 그녀에게 각인된 행복의 기억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아요. 그저 그대조차 없으면 오롯이 혼자인 그녀에게 남처럼, 혹은 남보다는 조금 더 나은 정도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으로만 그가 존재해 준다 하여도 그녀는 감사한 것이 아니냐고 애써 이성을 붙들려 해 봐도, 그가 내게 남겨 주었던 행복의 기억들은 너무 강렬했었나 봐요. 딱 남처럼만 대하는 그에게 그녀는 또 여전히 갈망하는 채로 남겨지고 백번, 천 번을 넘게 부서져요. 이렇게 밖에 유지될 수 없는 모든 것에 절망하고 또 절망해요.
그래도 또 내일 아침이 되면, 그의 상냥한 목소리 한 번이면 굶주린 마음에 한줄기 물을 채운 듯, 또 이조차 감사하는 마음을 내고 그녀는 하루를 살아요. 이 시지프스의 형벌과 같은 일상은 혼자서는 오롯이 행복할 수 없는 그녀가 존재하는 한 그녀에게 평생을 반복될 형벌이겠죠. 그는 그녀가 혼자서도 오롯이 행복해지길 원할까요. 이렇게 늘 그를 갈망하길 바랄까요. 당연히 전자이겠죠. 그녀는.. 혼자서 오롯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서글픈 밤이면 그녀는 그저 혼자이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지 조차 않아서 그저 홀로이고 싶어요. 홀로 존재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내일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이 무거운 시간을 버텨내는 것 이예요. 어서 이 밤이 지나가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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