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유형 중에 'E'형인 사람들, 그러니까 내향형이 아닌 외향형인 사람들은 에너지를 받으려면 사람 구경하러 카페라도 가야 된다고 했다. 사람, 타인으로 부터 에너지를 받는 성향. 역시나 E인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했다. 시끄럽고 부산하고 꼭 한 명씩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요소들이 있기 마련인 카페에 굳이나 가서 왜 일하냐고. 하지만 부득불, 혼자 일해야 할 때는 카페를 찾는다. 그렇게 에너지를 받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 앉아, 각사의 부산한 사람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흡수한다.
그런데 요즘은 카페를 가는 정도의 에너지 흡수로는 아무래도 에너지가 모자란가 보다. 자꾸 사람이 고픈 것이다. 끝나지 않는 역병 탓도 있지만, 재택근무가 주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너무 타인과의 교류가 없다. 내가 일하는 커뮤니티의 내의 소수. 그리고 가족 정도. 낯선 사람과 의견을 나누거나 교류할 기회가 없다. 그것이 이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한다고 느낄 정도가 되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무려 '새벽 독토'를 찾아 신청했다. 재택근무지만 시간에 제약이 있는 나에게 토요일 아침 7시는 완벽한 시간이었다. 워킹아워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가 방해할 주말의 한참도 아닌. 그래서 고작 네 번인데 10만 원이나 하는 거금을 들여 신청했다. 아. 이번에야 말로 새벽의 로망을 한번 실현해 보나! 하고 매우 설레었다. 7시까지 모임 장소에 가려면 집에서 새벽 6시에는 차를 몰고 출발해야 한다. 새벽에 독서토론을 하러 일찍 일어나서 간다니! 새로운 사람들과 토론이라니! 주변에만 매몰되어 매너리즘에 빠진 나를 위한 완벽한 처방전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이란, 역시 쉬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코로나 상황의 심각성을 강화하여 줌(Zoom)으로 진행한다는 공지가 왔다. 줌.. 이라니. 줌.. 이라니. 집에서 두 시간이나 줌을 하기에 아가의 방해가 뻔히 예상되는 바, 그 시간에 어딜 갈 수 도 없다는 물리적인 어려움 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타인들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교류를 할 것이라는! 그 낯선 경험에 대한 기대가 와장창 무너졌다. 줌..으로 12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봐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내가 주도하는 회의도 나는 줌으로 하면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인데, 하물며.
그리하여 고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보단 나을까. 아니면 또 시동만 걸고 여전한 아쉬움만 가득 남길 바에 다른 모임을 찾아봐야 하나. 하. 코로나 시대. 참 사회적 동물을 사회적일 수 없게 하는 잔인한 시대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