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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Mar 26. 2022

여유가 없어서

시야가 좁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정확하다. 자기가 겪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판단은 너무나 어려운데, 똑같은 상황이 남일이라면 너무나 쉽고도 간단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곤 한다. 왜? 그러니까 내 일에 관해서는 “시야가 좁아지는” 거다. 


내가 몸담았던 조직의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너무도 익숙한 문제, 같은 상황들. 같이 조직에 있을 때 그렇게나 절박한 문제들이었는데. 가만히 듣는 내내 상황이 머릿속에 너무나 잘 그려졌다. 그리고 뒤늦게 오는 깨달음.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들인데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뭐 하나 받아들이지 못했었다는 사실이다. 왜? 그들도 여유가 없고, 나도 여유가 없었으니까. 


‘아’ 다르고 ‘어’다른 말을 조금 더 예쁘게 할 여유도, 주어진 새로운 상황 자체를 경험으로 받아들일 여유도, 나의 마음씀만큼이나 절박한 타인의 마음씀을 들여다볼 여유도 전혀 가지지 못했다. 물론 조직 안에서 사람을 매일 대면해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과 주어진 목표가 절박했다는 이유를 댈 수 있다. 그렇게 여유가 없다는 것이 곧 시야가 좁아진 상태였다는 것이고. 그러나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그래서 지금 내 상황을 돌아본다. 그때의 여유 없음을, 좁아진 시야를, 지금은 벗어났는가? 과거에 그랬다는 것을 깨닫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상황, 달라진 현재 상황에서 내가 시야가 좁아져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한다. 나는 지금 상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여유를 가지고 대하고 있는가? 자기 상황에 대한 객관화. 한 발 떨어지는 것인데 조금만 방심하면 늘 망각하고 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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