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란 무엇인가.

기술경영, 그리고 정책연구를 업으로 삼을 즈음 하여

by 시선siseon

정책연구란 무엇인가.


나는,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처음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을 때, 내가 가장 흥미로워했던 것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 즉 기술의 발달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변화였다. 그 시절, SNS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고 트위터가 정치인의 당선 유무를 결정하기에 이르던 시절에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던 탓에, 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계에 거대한 새로운 흐름이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목도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빠른 대응은 아니었다. 공학은 언제나 학문이 실생활보다 앞서간다. 학계에서 발표된 최신 기술이나 연구가 실생활에 상용화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 공학이라고 하면, 사회과학, 혹은 인문학은 그 반대의 양상을 띤다. 새로운 기술, 혹은 새로운 시대 문화적 흐름이 세상을 변화시키면 - 그러니까 명백한 변화가 일어나고 나면 - 이것을 어떤 규칙이나 인과관계, 혹은 어떤 흐름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사회과학이다. 그러니 내가 석사 논문을 트위터로 쓰겠다고 했을 때 어느 교수님도 반기지 않았던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모두가 흥미롭게 지켜보고는 있었으나 SNS 시대는 너무 초기였고, 그래서 무언가 패턴이나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사례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던 탓이다.


어쨌든 나는 트위터로 논문을 썼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당시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없었다. 물론 그 결과 내 논문이 사회과학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학문적 성과가 되지는 못하였으나 돌이켜봐도 나에게는 무척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내가 느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 세상의 변화를 어떤 학문적 틀을 통해 정의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그 당시 처음이었고, 그때의 경험 덕에 향후 어떤 연구를 수행할 때도 이론적 틀을 활용하는 법, 혹은 그러한 방식에 흥미를 놓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관심은 정책, 특히, 기술이 이끄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정책연구는 학문으로 치자면 공학과 사회과학의 중간쯤 있다. 공학처럼 모든 현상의 최초를 발견할 필요는 없으나 사회과학처럼 모든 현상이 정의될 때까지 기다려선 안된다.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국가, 혹은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모든 노력을 가늠하는 것이 정책연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술적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근본적인 관심은 그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인식하기도 전에 그들 모두에게 가지고 오는 사회적 영향력에 있었던 나에게 정통 사회과학 학문보다 정책연구가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것을 업무로 정의하면 가장 넓게는 미래연구, 좁게는 동향 파악을 통한 정책 수립 연구 수행쯤 되겠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나 현상을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 혹은 중요성에 관하여 분석하여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시사점을 이끌어낸다. 그러니 다양한 기술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은 아니라도 풍월을 읊을 정도의 이해는 필수이고, 그 분야가 다양할수록 좋다. 물론 그러다 보면 지식을 늘 탐닉하지만 어디에도 전문가는 아닌, 얼추 야매 전문가 같은 기시감을 느낄 수 있으나 그것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겠다는 다짐으로 극복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숲을 보기 위한 안목과 혜안을 가지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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