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도 혼자 하면 외롭다

by 시선siseon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사실, 이런 말을 벌써 읊을 나이는 아닌데 오늘 흘린 나의 황당한 눈물을 설명할 길이 없어 그저 어딘가에서 클리쉐처럼 쓰이던 말을 괜스레 읊어본다. 그저 책상에 앉아 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느닷없이 눈물이라니. 아무도 없는 연구실이니 망정이었으나 그 당황스러움에 아직도 마음이 혼란하다.


오늘 처리하던 업무는 사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과히 믿었고 의지했던 탓에 결국 그가 사라지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덩그러니 남겨졌다. 예정된 수순이었다면 좀 더 철저히 챙겼어야 했거늘, 모르고 싶었던 일에 대충 타인에 대한 신뢰를 얹어 뭉뚱그렸던 일은 그렇게 순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전화기에 대고 낯선 상담직원에게 재차 묻는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아 네, 제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 버튼이 어디에 있다고요..? 마치 인터넷 세상을 처음 접한냥 상담 직원의 무한한 인내심에 기대어 하나씩, 클릭할 때마다 처음 보는 화면들을 부여잡고 타인이 기록한 내역의 오류를 수정한다. 하나를 간신히 해내고 나면 다음 난관이 등장. 다시 또 수화기를 든다. 상담센터에 직원은 아마 셋 쯤일까.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 점심시간이 끝나 길 기다려 또 전화를 할 때마다 번갈아가며 받아 같은 듯 묘하게 다른 상담 멘트를 일사분란히 제공하는 직원들. 한 사람이었으면 좀 나았을까. 반복되는 전화에 받았던 분들이 한두 번 걸러 다시 받지만 이미 한 두텀이 지나면서 변한 상황을 다시 업데이트하고 또 업데이트하며 진을 짜내고 있었다. 간신히 대단원의 큰 고비를 넘었나 싶었더니 전혀 새로운 난관이 또 등장.


왜 이 과정은 이렇게 혼자만의 고군분투여야 했을까. 기존에 이 일을 끝내주어야 했던 직원과 이 일의 최종 책임자, 공동 연구자 모두모두는 다 어디로 갔나. 시스템은 또 왜 이리 복잡하고 어느 것 하나 직관적인 구석이 없을까.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의 태도는 곧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나의 태도와 하등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할 말도 없다. 누군가가 해주겠지. 그냥 누군가는 해주리라 믿고선 모르는 척 한 것이다.


끝나리라 생각한 시점에서 지금까지 보다 더 강력한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그냥 눈물이 났다. 이런 상황에 놓이기까지 삼박자 정도 맞아진 납득 가능했던 상황도 다 소용없었다. 그냥, 지쳐버렸다. 그저, 지금 이 고통을 조금만 나눠줄 누군가가 있다면.


이제 하다 하다 업무에서도 외로움을 논한다. 일하는 데 있어서 동료의 존재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랜데, 새삼 이리 외로워할 일인가. 맡은 바를 묵묵히 수행하는 이상적인 노동자는 글러먹었다. 그냥 왁자지걸, 황당한 상황도 답도 없는 상황도 일이 해결되는 기쁨도 소소하게 공유하며 Co-Work 하는, 그런 일이 오늘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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