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와 무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 참 맥 빠지기 그지없다. 이 수많은 구구절절함과 우여곡절이 그저 한갓 '핑계'로 치부되는 것도 모자라, 이 모든 고비고비를 맞이한 우리의 어이없음과 기가 참, 당황스러움과 무기력함을 그저 응당, 당연히, 그리고 어련히 존재하는 것으로 퉁치고 만다. 그래. 핑계 없는 무덤 없고, 그래서 나는 내 딴에는 다양하고 어이없고 기가 찬 다양한 핑계와 사유들에 둘러싸여 대형 사고를 쳤다. 하아.
일이 생길라치면 그래, 한 삼박자 정도는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의 데드라인 증후군에 하필 담당자가 그만두고, 이사를 해야 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 무한한 미스커뮤니케이션의 벽이 쌓였나니. 오호 통재라. 여하튼 뭐. 백번 천 번을 따져도 내가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은 탓이다. 일단 연유는 그러하고, 수습은 어찌할 것이냐.
내일의 내가 책임져주긴 오늘 밤이 길고 길다. 어휴, 첫 번째 문제는 아무래도 역시 이놈의 데드라인 증후군. 어디 일만 그러하랴. 이사하고 나서도 집들이를 한 시간 앞두고서야 일주일을 미뤄뒀던 옷방 정리와 청소를 마쳤다. 흑흑. 최후의 순간에만 발휘되는 초인적인 능력, 그 최강의 효율성도 중독이다. 오랜만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적어도 일은, 미리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