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메리카노 말고, 드립 커피 한잔이요!

by 시선siseon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3500원. 적절한 가격이다. 매일 하루 한 잔 소비한다고 했을 때 - 두 잔이 될지언정 한 잔도 소비하지 않을 때는 없으니까 - 3500원 정도면 나를 위해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계산을 마친 시선은 다시 아쉬운 듯 메뉴판에 머무른다. 드립 커피 5500원. 드립 커피가 맛있는데. 그런데 5500원은 좀 비싸잖아. 적당히 타협한 아메리카노 한잔도 나쁘진 않은데. 아메리카노는 그저 카페에 있는 시간을 거들뿐이다. 향긋한 커피 향, 그리고 적당한 맛.


드립 커피 주세요!


오늘은 큰 맘을 낸다. 오늘 하루는 너무나 힘겨웠으니까, 나를 위해 이 정도 사치는 부려보자고 드립 커피를 주문한다. 신중히 원두를 고르고, 카드를 내밀며 굳이 민망하게 웃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맛있게 내려주세요. 저의 오늘의 사치를 잘 부탁드려요를 꿀떡 삼키며 자리로 돌아가 얌전히 기다린다. 드디어 쨔잔. 주문한 에티오피아 커피 한 모금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춘다. 너무 맛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그저 입을 축이는 커피가 아니라 오롯이 즐겨야 하는 커피다. 커피가 식을 까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마신 다음에야 노트북으로 다시 손을 옮긴다. 이거지. 몸과 마음을 따스히 녹여주는 풍미 가득한 커피 한 잔.


이런 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소소한 사치가 필요할 날, 커피는 이렇게 늘 나에게 적절한 사치가 되어준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오늘의 커피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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