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지나 30대가 되면서 나는 내가 다양한 음식뿐 아니라 마시는 것 등 맛에 꽤 민감한 편이고, 식음료를 즐기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맛이 그저 그런 정도가 아니라 '없는' 음식을 먹으면 화가 났고, 그런 음식으로 배를 채우느니 차라리 굶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저 맛있다가 아닌 감동과 행복, 심지어 때로는 희열에 가까웠다. 세상 어느 것이 이렇게 일상 속에서 즉각적이고 반복된 풍요와 행복을 준단 말인가. 입에 닿는 순간 내 일상의 풍경을 바꿔주는 식음료를 즐기는 일은 그래서 나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었고,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또한, 그런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대한 존경, 그리고 무한한 감사를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음식은 장르가 워낙 다양하지만, 음료는 단연코 커피와 와인이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커피인데 정말 '맛있는 한 잔'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저 뜨거운 음료, 차가운 음료가 아닌 오감을 자극하는 커피. 때로는 담긴 잔에도, 색깔에도 매료되지만 진짜는 그것에 담긴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매끌거리는 기름의 촉감이 드는 부드러움, 혹은 다양한 꽃향의 피니쉬가 끝내주는 향긋함. 수 십 가지의 원두가 각자 가진 개성 있는 풍미를 잔뜩 제대로 끌어낸 커피 한 잔이 주는 만족감은 언제나 그 순간을 완벽하게 채워주기에 완벽하다.
커피가 한낮의 유희라면 와인은 역시 밤을 지배하는 마왕이다. 완벽한 와인 한잔은 마치 마법 같다. 분명히 '포도'로 만들어졌을 뿐인 액체임을 뻔히 알면서도 와인 한 모금에서 느끼는 것은 때로 하나의 '세계'이다. 포도로 만든 음료를 마시면서 '모든 형태의 토마토에서 나는 풍미'를 느낀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토마토를 익혀먹는 것이 생소했던 시절, 엄마가 처음 익혀줬던 토마토가 줬던 낯선 향과 맛,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매일같이 만났던 뽀모도르 스파게티, 흙에서도 토마토 향이 날 것 같았던 그 끝없는 토마토 농장의 이국적인 풍경. 그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고 떠올릴수록 더욱 깊이 음미하게 되는 - 무려 포도로 만들었을 뿐인 - 와인 한잔의 힘. 이것을 '마법'이라 부르는 것은 전혀 무리스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맛있는 커피를 찾아 헤매고, 완벽한 와인 한잔을 갈구한다. 또한 어딘가에서 피땀 흘려 이러한 선물 같은 축복을 생산해내는 생산자들을 남몰래 응원하고, 그들의 노력을 감사히 여긴다. 그들이 즐기는 커피와 와인의 세계에 비하면 나는 아직 입문자 수준일지 모르지만 나처럼 그저 즐기는 사람을 그들도 환영하리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토록 풍족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 그것 또한 또 하나의 즐거움 이므로.
(1,373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