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또 하나의 노후대비 책이 있다. 바로 퇴직연금이다. 퇴직금 명목으로 모이는 돈을 금융사들이 잘 활용해 수익을 내고 노후자금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자는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 퇴직연금이다. 하지만 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깡통 연금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퇴직연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2005년에 처음 도입된 퇴직연금은 기존에 지급하던 퇴직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퇴직금의 경우 회사에서 직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고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에서 퇴사한 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퇴사한 직원에게 큰 목돈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었지만, 회사의 재정 상태가 나쁠 경우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었다. 또한, 목돈을 받은 퇴직자가 목돈을 탕진하는 일이 생겨났는데, 이로 인해 노후가 무너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퇴직연금 상품이 생겨났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별도의 금융회사 상품에 가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직원의 퇴직금을 회사 내부에서 관리하지 않고 금융기관에서 대신 관리하는 것인데, 금융기관은 이 퇴직금들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이와 더불어 회사 내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될 수 있는 퇴직금을 금융시장에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노린다는 점 역시 퇴직연금의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연금은 크게 DB와 DC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DB(Defined Benefit)는 ‘확정급여형’으로 확정된 퇴직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DB 방식은 회사에서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모아 금융사에 운용을 지시하고 회사에서 책임을 지는 것인데, 이 퇴직금을 활용해 고수익이 발생하든 저수익이 발생하든 이는 모두 회사의 책임이다. 금융사는 퇴직자에게 일정 수준의 확정된 퇴직금만 지급하면 된다.
DC(Defined Contribution) 방식은 ‘확정기여형’으로도 불린다. 근로자의 기금 운용에 따라 퇴직금의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에서는 퇴직금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퇴직금을 불리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고수익을 달성하면 퇴직금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기금을 직접 운용하는 근로자가 많이 알아봐야 한다. 여기에 퇴직한 이후 퇴직금을 받아 개인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IRP 계좌까지 있다.
많은 직장인은 퇴직연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본인의 회사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한다고 하면 퇴직금이 상당 수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수년간 1%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운용사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최고 1.69%에 그쳤다. DB형이 1.68%, DC형이 1.69%, IPR형이 1.16%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작년과 비교해 각각 0.02%, 0.73%, 1.6% 떨어졌다. 여기에 금융사의 평균 수수료인 0.48%를 제외하면 1% 초반대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6월 은행의 정기적금 금리인 1.23%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수익률이 낮다 보니 퇴직자 중 98%는 이를 연금 형태가 아닌 퇴직금 형태로 받는다. 사실상 퇴직연금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안정적인 기금 운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퇴직연금 운용사들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데 이 때문에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많은 은행이 퇴직연금의 상품 경쟁력을 위한 노력보다는 기업 대출에 퇴직연금 기금을 끼워파는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한 전문가는 “퇴직연금이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선 은행이 챙겨가는 수수료를 낮추고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퇴직연금의 적립 규모는 지난해 전업권에서 221조 원을 넘어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