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로소 Jan 28. 2022

혼영 도전기

혼영은 혼밥, 혼술 같은  혼자 영화보기의 줄임말이다.

'혼밥을 하다니 친구도 없나.' 여겼던 시절이 있었는가 싶은데 요즘 젊은이 중 혼밥 안 해본 친구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은 예사거니와 식당에서도 혼자 핸드폰을 보며 밥을 먹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코로나 시대에 이르러서는 으레 그러한 일이 되어 혼밥, 혼술이 전혀 거리낄 것이 없게 되었다.

나 또한 바쁜 시대에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서 후루룩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많이 해보았다. 생각보다 외롭거나 하지 않았고 상대방과 취향을 맞출 필요 없이 온전히 내 식성에 맞추어 편하게 먹기 좋다고 여겨질 때도 많았다. 술은 못하니 혼술은 못하지만 혼커, 즉 혼자 커피 마시기는 달인이다. 혼자 조용히 창 밖을 보며 커피 마시는 시간은 달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책도 보고 노트북으로 글도 쓰고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은은한 커피내음과 부드러운 조명, 음악까지 흐르는 그 공간을 온전히 혼자 평화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행복인지.

하지만 혼영, 혼자 영화보기는 차마 엄두가 나지를 않아해 보지를 못했었다.

혼영이라다르겠냐만은 이상하게 두려웠다. 컴컴한 영화관에 혼자 앉아있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영화의 여운을 같이 나눌 이가 필요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혼자 비디오를 빌려 쌓아 두고 영화보기에 몰두했던 적이 있는 걸 보면 딱히 그런 이유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혼영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혼영을 결심하게 된 영화가 있었다.  이미 보았던 영화가 재상영하는 것이었다. 개봉 시기를 놓쳐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TV에서 보았던 영화였다. 음악도 아름 좋아하는 영화였기에 한 번 더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관 자리 하나를 예약했다.

-------------------------------------

예매완료

xxxxxxxx.

MM 영화관

'라라랜드' 1매

2021/00/00

--------------------------------------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게 되다니 설레고 감격스러운 마음과 혼자 가서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교차하였다.

아이는 학원에 가고 드디어 영화 시간이 가까워져 영화관에 혼자 들어갔다. 너무 어색했다. 영화관에  간 이래로 혼자는 처음이었다. 영화관은 친구 아니면 아이나 옆지기와 늘 함께 하는 곳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관객도 나를 포함해 서너 명 정도가 다였다.


마침내 영화관 불이 꺼지고 영화가 상영되었다. 한 번 보았던 영화를 이렇게 집중해서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마치 눈앞에서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며 노래하고 연기하는 듯했다. 그렇게 영화에 흠뻑 빠져들어 혼영을 마치고 영화관에 불이 켜졌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잖아. 아니 집중도 잘되고 좋았던 것도 같은데? 혼영 해도 좋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웠다.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해 낸 기분도 들었다.

히어로물 시리즈를  좋아하는 가족들과 영화 취향이 안 맞아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함께 볼 친구를 수소문하거나 결국 못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렇게 혼영의 첫 관문을 호기롭게 연 이상 나도 가끔은 혼영을 즐기러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두렵더라도 뭐든 처음만 두렵다. 사실 별 것도 아닌데 마음의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거라면 용기 내어서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머리로는 어떤 두려운 것이 없는데도 가끔씩 마음이라는 것이 앞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그때마다 우리에게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내게 하고 싶지만 미처 용기가 나지 않아 한 쪽으로 미루어두고 하지 않은 일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작은 용기를 내어 모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닮고 싶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