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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Jan 28. 2022

어쩌면 나의 두 번째 인생

이 생은 어쩌면 나의 두 번째 인생이다.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스물서넛 무렵 자동차 사고로 죽을 뻔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젊어서 그랬는지 그저  마음으로만 지나갔는데 그로부터 이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니 소스라치게 놀랄만한 일이었다. 엄청 커다란 화물트럭에 받혔으니  정말 나는 그대로 죽을 뻔했었 것이다.

아이가 그때 무슨 생각 들었느냐 영화나 드라마처럼 지난 시간이 마구 스쳐 지나가냐고 물었는데

그 당시 나는 큰 트럭 바퀴가 내 눈앞으로 왜 다가오지? 계속 다가오네. 나 죽는 건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차가 받혔고 생각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바로 암전 상태가 되었다. 잠시 기절이라도 했는지 정신 차려보니 내 쪽 차 리창이 산산이 깨져있었고 트럭의 범퍼 조각이 내 치마 위에 놓여 있었다.

 다행히 다가오던 트럭이 멈춰 섰었나 보다.  차 문이 잇장처럼 우그러져 문짝을 통으로 갈아야 했지만  나는 천운으로 크게 다치지 않았다. 허리가 좀 뻐근하고 난생처음 겪는 차사고에 많이 놀랐을 뿐이었다.

놀랐던 것이 진정되고 나는 사고가 났던 사실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기억에서 차츰 잊혔었다.


지금 다시금 생각해봐도 신이 도운 사고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큰 화물 트럭이랑 사고가 났었는데 그 당시 남자 친구였고 지금은   지기인 그와 나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너무 멀쩡하게 살았던 것이었다.

그 후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며 단란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어찌 보면 다시 얻은 귀중한 삶이었는데 감사한 마음 없이 허비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조금 일찍 깨달았다면 나는 지난 세월을 조금 더 행복해하고 더욱 감사해하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만약 내가 죽었더라면 여기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랬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잠깐의 순간이 내 삶을 연장해 준 것 같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등골이 오싹할 만큼 섬찟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삶을 이렇게 이어준 운명에 감사했다.


뉴스를 보면 수많은 사건 사고를 보게 된다. 화재나 건물 붕괴, 자연재해 등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나와는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 사건 사고를 안타까워하지만 사실 그런 사건 사고가 나만 피해 가라는 법은 없다. 어느 누가 갑자기 일상에서 내가 지나가는 다리가 갑자기 붕괴되거나 건물에 화재가 일어나리라 예상하겠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든 앞 날을 예측할 수는 없다. 내가 어느 날 질병에 걸릴지 사건 사고를 만날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갈 뿐인 것이다.  하루를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내고  저녁 식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매일 축복의 나날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리가 사는 생, 일이 기적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을지언정 그동안 지나온 두 번째 인생은 참 감사한 날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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