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병에 걸린 아들이랑 귀찮아 병에 걸린 엄마

2화 밥하기 싫다

by 서로소

나도 싫다

매일매일 하는 밥 짓기, 청소, 빨래 널고 개기, 설거지 등등등 집안일. 매일 출근하는 남편도 회사 가기 싫다고 하는데 나도 싫다고 말할 수 있다. 싫다고 말하고 회사 가는 남편처럼, 나도 싫다고 말하고 일어나자마자 밥을 짓는다.

회사는 안 가면 돈을 안 주지만, 가면 돈을 준다. 집안일은 안 하면 의식주가 망가지지만,-밥을 못 먹고 더러운 집에서 냄새나는 옷을 입는- 하면 의식주가 풍성해진다.

아이가 어릴 때는 살림 초보라 살림이 조금 재미있었다. 그랬다. 진짜. 처음 하는 요리도 맛이 나니 신기했고 꼬마였던 자식이 넙죽넙죽 맛있다 하며 잘도 먹어주니 내가 요리 좀 하나보다 하며 오븐을 사서 쿠키도 구웠다.

조그마한 아기 옷을 빨아 널고 나면 베이비용 세제에서 솔솔 풍기는 아가 아가 한 냄새도 포근하니 좋았다. 작은 집에 알록달록한 아이 장난감이 돌아다니고 청소는 늘 도로아미타불이었다. 그래도 아이가 방긋 웃으며 "우유 주세요." 하면 쪼들리는 생활비에도 기꺼이 산 비싼 유기농 우유를 따라 주며 현모양처? 같은 내가 되었었다.

아이를 혼자 우유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자주적으로 키우고 나자 내가 모든 게 귀찮아졌다.

빨래는 세탁기에서 벨이 울려도 못 들은 척 십 분만 더 있다가.. 오 분만 더 있다가 하다가 결국 잊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돌리기도 일쑤다. 이래 봬도 한때는 세탁 종료 벨이 울리자마자 잽싸게 꺼내어 쨍쨍한 햇볕에 세제 냄새를 풍기는 세탁물을 팡팡 털어 널며 뿌듯해했던 때도 있었다. "빨래 끝!"을 외치던 cf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청소는 점점 요령이 생겨 긴 전기선이 달린 유선청소기를 무선으로 바꾸어 쓱쓱 밀고 만다.

설거지는 말이다. 이제 문명을 접했다고 할까... 식기세척기를 영접하고야 말았다. 설거지 이모가 집에 오신 기분이다.

자, 그럼 요리가 남았겠다. 나의 가사 일중 획기적인 변화는

단연코 요리이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카레, 김치찌개, 계란말이가 전부였던 나는 다년간의 육아 끝에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뚝딱뚝딱 만들기에 이르렀다. 요리는 살림 중에 가장 창조적이고 보람된 무언가가 있다. 식구들이

맛있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만으로도 느껴지는 뿌듯함은 요리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요리에도 귀차니즘이 생겨난 요즈음, 반찬가게에서 사 온 장아찌류와 내가 만든 나물 몇 개를 컬래버레이션하는 식단을 펼치고 있다.


나도 말하련다. 나도 살림이 귀찮아. 쉬고 싶어.

학교 가기 싫은 것처럼 , 회사 가기 싫은 것처럼 엄마도 집안일하기 싫다. 가족이 싫은 것도 아니고 그저 지쳤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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