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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Nov 05. 2020

한쪽 눈이 먼 물고기

당신과 나의 보통의 날들

한쪽 눈이 먼 물고기를 바라본다. 비늘이 벗겨지고 너덜너덜해진 그가 빤히 한쪽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발걸음을 옮기니 녀석도 따라온다. 작은 수조 안에서 그는 구출을 희망하는 것일까. 삶의 헛된 기대 같은 것을 그 녀석은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감히 품었던 것일까.
나는 이 녀석을 오늘 저녁거리로 구워 먹는 것이 극적인 녀석의 구출이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수조에 갇혀 나를 따라오던 물고기의 처절한 낯빛과 이미 세상의 빛을 잃은 그의 한쪽 눈이, 그날 찬거리를 사러 들른 생선 코너에서 왜 내 눈길을 붙잡고 놓지 않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결국 나는 이미 생명을 잃고 차가운 얼음 위에서 선도를 유지하고 있는 고등어 두 어 마리를 사서 고등어조림을 하여 저녁으로 밥 두 공기를 먹었다. 수조에서 눈을 마주친 물고기는 끝내 구하지 못하였다. 나는 생명을 빌어 밥을 먹고 숨을 내쉰다. 누가 더 불쌍한 지는 모르겠다. 한쪽 눈을 잃은 채 구출을 기다리는 듯한 물고기와 이미 생명을 다하고 차가운 얼음 위에 놓인 물고기, 그리고 차마 구출을 감행하지 못하고 고작 얼음 위 싱싱한 눈빛의 물고기를 골라내어 요리를 하여 맛나게 먹고는 저녁의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 또다시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나.
과연 누가 이 생태계의 승자이고 패자인가. 누가 누구를 돕고 구했느냐는 말이다.
100g에 4000원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던 이름 모를 물고기는 다음 날 저녁 다시금 생선 코너에 들렀을 때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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