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를 썰다가 울었다. 왜인지 모르게 파값이 어느 날부터 매우 비싸져 금값이었다. 이제는 금파라고 불러야 하나 싶도록 파 한 단을 집는데도 생활비를 헤아리게 한다. 파는 음식 할 때 넣지 않으면 뭔가 빠졌나 여겨질 만큼 음식 맛을 깊게 해주는 필수적인 야채이다. 늘 먹는 거라 그런지 싸게는 한 단에 천 원에도 팔고 이천 원에도 팔던 파가 오천 원, 육천 원까지 치솟았다. 장바구니 물가를 이제 파가 좌지우지하고 있구나 싶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농사와는 거리가 먼 게으른 내가 파 모종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집에서 쉽게 키워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고 부지런하지 않은 에미라도 대견하게 커주려나 싶지만 이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다. 비싸지만 사서 아껴먹자.' 고 결론을 내리고는 금과도 같은 파를 사들고 와서는 조심조심 씻고 헹구어 도마에 내려놓고 한 땀 한 땀 파를 썰어나가는 중이었다.
파 때문인지 나 때문 인지 계속 눈물이 났다.
파를 썰 때마다 언제나 눈물이 났는데,
오늘따라 인생이 파보다 매웠다. 너무 매워서 눈물, 콧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수술을 앞둔 아픈 동생, 그의 부인과 아들, 남존여비 사상을 가진 엄마, 손에 장애를 가진 아빠, 여기저기 아프다는 남편, 학업에 찌들어가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포도처럼 내게 의지하며 매달려있었다.
나는 "파 때문이야."라고 말하며 계속 훌쩍이며 울었다.
앞으로 울고 싶을 때 슬픈 영화를 보기보다 파를 댕강댕강 썰어야 하나 싶을 만큼의 눈물을 흘려댔다.
파가 유난히 맵기도 했는지 한참을 물을 흘려보내며 눈가를 몇 번이나 훔치고서야 파 눈물 사태는 진정되었다.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기에...
나는 새삼스레 파 때문에 눈물이 다 난다며 얼굴을 말갛게 씻었다. 다시금 내 마음을 가다듬고 아들에게 웃어 보였다.
" 비싼 파라 매운가 봐. 요즘 파가 금보다 비싸다아."
금보다 비싼 파를 먹으려면 눈물 정도는 흘려줘야 한다는 너스레는 덤처럼 얹어서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눴다.
아이는 이제 괜찮냐고 묻더니 눈이 매울 때는 물로 많이 헹구어야 한다고 자기도 요리실습 때 양파 썰다가 많이 울었다며 경험담까지 늘어놓았다. 네가 내 눈물을 걱정해주니 오늘도 내가 살아가는구나.. 나는 살가운 말을 건네어주는 아이에게 오늘 파를 매개로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