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사람이야 헤어지려 만나는 것은 아닐까.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가 더 어렵기만 하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확연히 줄다 못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좋아서 만났던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보이고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정쩡한 관계들이 있다. 만나면 불편한데 꾸역꾸역 나가는 모임도 있고 만나고 오면 유독 힘든 사람도 있다. 애정이 없는데 습관처럼 만나는 연인 관계도 나이가 드는 동안 삶이 달라져 공감과 위로가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때로 이렇게 정리되지 못하는 관계들로 인해 피로를 느낀다.
어떤 관계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또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힘겹게 끌고 가는 관계는 정리되어야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드라마에서는
한 때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였지만 오히려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해서 외로워지는 연인관계가 나온다. 이별은 괴롭지만 끝이 나야 다음 사랑이 온다.
'캐롤'이라는 영화에서도 이혼하고 싶어 하는 캐롤과 그녀를 사랑해서 이혼을 원치 않는 남편이 나온다. 남편은 이혼 중에도 질척거리며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그러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열해지고 만다. 캐롤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결정을 내리며 남편에게 서로 추해지지는 말자고 한다. 캐롤은 보이는 것만을 사랑하는 남편과의 관계를 마무리 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사람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
이별도 '쉼'이다. 긴 인생에서 수많은 인연과 관계를 다 이어가기란 어렵다. 시절인연처럼 오고 가는 게 사람 관계 같다. 오래된 친구가 편한 사이라면 십 년 만에 만나도 반갑고 자주 보던 사이도 어긋나기 시작하면 틀어지기에 내 삶에 사람도 들고 나는 것이다.
한번 틀어진 사이는 다시 붙어도 결국 다시 깨어지기 쉽다. 문을 열고 닫듯이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오고 나간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별할 것이다. 이별이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아 때마다 너무나 괴로웠다. 그리고 이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삶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괴로움이 지나고 후회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성숙해진 나와 조우한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난다. 수많은 이별을 겪고 나서야 나다워지고 사람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