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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Nov 17. 2024

삶이 더는 즐겁지 않을 때

좋아하던 것들이 모두 의미를 잃었다. 본래의 빛을 잃어 바래고 오래된 벽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해도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렘 가득했던 여행들고 피곤하게 느껴지고 감흥이 떨어졌다.

삶이라는 여정이 그다지 즐거울 것도 없이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마다 망망대해 럼 홀로 떠 있는 느낌이었다.

점점 각자의 인생만이 중요해진다. 어릴 적에는 소중했던 교우관계도 느슨하다 못해 헐거워고 다들 각자의 가정을 꾸리느라 신없다. 혼자여도 일과 취미 활동 등으로 바다.

특별히 맛있는 것도 없고 그다지 재미있는 것도 없고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점점 사라지는 시기가 오면 나 잘 살고 있나 싶다.

재미없다. 사는 재미.

대학생 때 그런 생각이 들면 늦은 새벽까지 불 밝히고 장사하는 동대문 시장을 한 번씩 다녀왔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열심히 장사하고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면 가슴속에 북받치는 감정이 들곤 했다. 괜히 눈물이 났다.

지금도 가끔 재래시장에 들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장사를 하며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말 못 할 감동을 받는다.

빠르게 만두를 빚고 꽈배기를 튀기고 바구니에 야채를 진열해 두고 옆 노점과 잡담을 나누는 상인들에게서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그 재미난 일상도 아닐 테고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늘 비슷한 얼굴로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성실한 개미 같은 그분들이 존경스럽다.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고되고 힘든 일상이 왜 나에게 위안이 되는 걸까. 다른 이들도 나만큼이나 힘들구나 느껴져서일까. 박한 삶의 소중함이  느껴져서일까.

시장에서는 사람 북적이는 곳에서 느껴지는 묘한 외로움과 그에 반한 시장 전체를 관통하며 투박하게 흐르는 정이 느껴진다. 그곳에는 오랜 장사로 산전수전 겪어서인지 이런저런 사람을 대하는 게 자연스러운 상인들이 있다. 나는 시장에 서서 그들에게서 삶을 배우게 되는 것일까, 사람이 사는 것을 이해게 되는 것일까.

사는 재미가 다른 뭐가 있을까. 아이 어릴 때 아이 재롱 보는 재미에 살고 취미가 있으면 또 그 재미에 살고 집도 넓히고 차도 사는 재미에 살고. 저녁이면 쉬면서 tv도 보고 주말이면 치킨도 시켜 먹그냥 그렇게 사는 게 재미겠지.

사는 게 재미없으면 쉬란 신호겠지. 이렇게도 쉬어보고 저렇게도 쉬어보고. 안 하던 것도 해보고 하던 것도 안 해보고.

살아내다 보면 한 번씩 재미있는 날도 있겠지 하고 묵히 오늘하루도 삶의 길을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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