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가 조금 주춤하는 틈을 타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익숙한 하천 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요즘 시골은 풀을 깎는데 한창이다. 어떤 날은 오전 6시부터 웽웽, 풀 깎는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잠을 방해하는 소리에 귀마개를 꽂기 일쑤. 하지만 자전거를 타다 마주하니 괜찮다. 조금만 참으면 아주 좋은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초록 잎에서 나온 풋풋한 냄새. 상쾌한 풀 냄새에 반해 나는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조금 구석진 옆 동네 카페가 생각났다. 열심히 달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사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로 자연스럽게 목적지가 정해졌다.
카페에 도착했다. 카카오페이나 애플 페이도 되지 않는, 위치가 조금은 특이한 우사 옆 카페. 통창 앞으로 자전거를 세운 뒤 유리온실같이 생긴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계좌이체로 계산을 한 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10분 정도를 쉬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볼 것이 많았다. 산 아래 작은 냇가는 귀여운 요괴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고, 냇가 끝 포도밭은 언젠가 본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제법 찼다.
방금 깎은 풀냄새, 서늘한 산바람…
문득 생각했다. 자연은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값싸고 귀한 것이라고.
나는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생각했다. 방금 떠나온 집이 떠올랐다.
나의 집은 아주 낡은 집. 증조할머니가 살았고, 할아버지가 살았고, 지금은 아빠와 내가 사는 오래된 집.
오래된 집에 산다는 건 비와 바람을 걱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밖에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방 안에서 사이클을 타겠지만, 나는 비가 오면 배수로를 확인하며 물이 잘빠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나는 계속해서 비포장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는 것을 느끼며, 벼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확인하며, 매미와 풀벌레 소리를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나는 결국 오래된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앞에 보이는 무성한 초록 잎들과 살에 닿는 시원한 바람 덕에 그것을 잊어버렸다.
순간 내가 가진 것들이 상쇄되는 듯했다. 꽤 괜찮은 배경으로.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밭에서 난 호박으로 빨갛게 호박볶음을 해놨다. 밥 한 숟갈에 따듯한 호박볶음을 우물거리며 창밖을 봤다. 난쟁이 댑싸리나무가 그새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