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야 한다 (11)
오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우울증으로 정식 상담을 받기는 처음입니다.
병원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서 따뜻한 두유를 샀습니다.
병원 건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들이킵니다.
그래, 들어가자.
문진표 비슷한 것을 작성했는데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상담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래서인지 글씨체가 엉망입니다.
이제 선생님을 뵐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잠시 또 다른 검사를 한다고 합니다.
검사를 끝내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갑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이 뭐랄까요…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태구나,
라는 생각에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약을 바로 처방해주셨습니다.
아침 식사 하고 한 번,
잠자기 전에 한 번.
혹시 아침에 약을 먹지 못하면
낮에라도 꼭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약을 들고 병원을 나옵니다.
점심 때가 거의 되었습니다.
아침에 약을 못 먹었으니, 그럼 점심을 먹고?
그런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우울증 약을 처음 먹는다고 생각하니
부작용 같은 문제들이 떠올랐거든요.
저는 제 자신이 이 부분에
거부감이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약을 먹으려니 망설여졌습니다.
그래서 첫 약을 잠 자기 전에 먹기로 했습니다.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20% 정도를 좀 넘는다고 합니다.
저도 우울증 관련 편견 등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인에게 병원을 추천해 달라며 먼저 연락해
치료에 나섰습니다.
오늘… 저 참 잘했습니다.
<생존의 날 11>
- 일어나기 05:02
- 운동 새벽 28분, 낮 26분, 저녁 21분
- 성당 미사
- 병원 상담 1
- 처음으로 우울증 약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