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시각] 검찰이 그들을 덮쳤을 때

by 임춘한

2006년 5월,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던 김남기씨는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구속됐다. 법조브로커 김홍수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오로지 김홍수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밀어붙였고, 핵심 증거로 제시한 다이어리는 조작된 것이었다. 결국 누명은 벗었지만 재판을 받으며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 수석 검사로 김남기씨를 구속시켰던 사람이 바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다. 정의와 공정을 내세우며 집권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다.


2023년 5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더불어민주당을 덮쳤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을 근거로 검찰은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발 보도는 쏟아지는데 과연 자금 흐름을 증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돈 봉투 사건을 옹호할 추호의 마음도 없다. 하지만 물증이 없다면 무죄가 선고될 것이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검찰이 공작을 펼쳤다는 오명은 피할 수 없다.


진보당 전 공동대표와 전교조 강원지부장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 제작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국단위 지하조직 결성해 활동했다는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이다. 국가 전복을 위한 실질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어떻게 법으로 재단할 수 있는가. 심지어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내사를 진행하다 중단됐고, 다시 수사를 재개했다는 말이 나온다. 철 지난 색깔론이다.


하 수상한 시절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금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검찰의 행위에 적극 동조하진 않았어도 무관심으로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지프의 시각] 진보여, 스스로 괴물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