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시각] 그들만의 법치주의

by 임춘한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의 유연성·공정성·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치주의를 운운하며 노조와 집회 탄압에 나섰다. 이들이 말하는 법치주의는 법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식의 준법에 가깝다. 고대·중세·근대 사회에도 범죄자를 잡아넣는 일은 존재했으며, 현 정부의 인식 수준은 딱 이 정도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행정부의 권력이 집행될 때는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정작 법치주의를 안 지키고 있는 것은 정부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의 머리를 땅에 짓눌러 엎드리게 한 뒤 뒷수갑을 채웠다. 2014년 6월 개정된 수갑 등 기본지침에 따르면 도주, 극단적 선택, 자·타해 우려가 적은 피의자는 앞수갑을 사용해야 한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강제 진압했다. 당시 김 사무처장은 경찰봉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경찰장비 관리 규칙 제78조에 따르면 경찰봉으로 머리, 얼굴, 흉복부 등을 직접 가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김 사무처장이 주저앉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머리를 가격한 것은 명백한 과잉 진압이다.


이제는 집회 해산을 위한 살수차 도입과 캡사이신 사용이 언급된다. 살수차는 2015년 11월 백남기 씨 사망 사건 이후 동원된 바 없고, 2021년 전량 폐차됐다. 캡사이신은 2017년 3월 이후 사용된 적이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찰의 업무 영역은 집회의 관리에 있지 해산이 목적이 될 수 없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윤희근 경찰청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


정부·여당은 한술 더 떠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일출 전과 일몰 후의 옥외 집회와 시위를 일괄 금지하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취지는 야간 집회를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헌재의 판결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허하라.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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