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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Dec 05. 2024

[기자수첩] 단순 해프닝 아닌 엄중한 상황

"실제 상황이 맞느냐." "아무것도 못 하겠다." "너무 충격이고 두렵다."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것이냐.”….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많은 사람이 잠을 이루지 못했고, 걱정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무장 병력이 국회에 진입하고, 국회가 봉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날 한국 국회에서 벌어진 장면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그 영상 중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출입을 제지당하는 기막힌 장면도 있었다. 국회의장이 국회 담을 넘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그날 급박하고 심각했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5선의 국회의원을 하며 처음으로 국회 담장을 넘은 시각은 오후 10시58분이었다"며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바로 국회의장 공관을 나와 국회로 달려왔으나 출입문이 경찰에 막혀있었다"고 회고했다.


수백 명의 국민들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왔다. 이들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계엄군, 경찰과 대치하며 시간을 벌어줬다. 시민들은 계엄군에게 "불법에 동참하면 안 된다" "돌아가라"고 호소했다. 자정이 되자 시민 4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국회 주변에 모여들었고 "비상계엄 철폐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한밤의 정치드라마와 같았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의 선포와 해제가 최단 시간 내에 끝난 일은 다행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정치권은 이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었다. 꼭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유감이다. 잘 수습하시기 바란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여 만에 막을 내린 뒤 한 얘기다. 그의 말은 명백히 틀렸다. 이번 사태는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엄중한 장면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헌정 질서를 짓밟는 행위”라며 “우리는 기꺼이 저항하고 불의를 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아무런 요건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반헌법적인 폭거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표본이었던 우리 민주주의가 또다시 중대한 기로에 섰다. 윤 대통령에게 엄중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태 수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마음에 다시 새겨야 할 때다.


[기자수첩]단순 해프닝 아닌 엄중한 상황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511782?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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