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은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이고,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갖고 장난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 체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5개월을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수능 역사를 살펴볼 때 지금까지 난이도 조절이 모두 완벽하지 않았다. 항상 교육부는 모든 문항은 교육과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뜬금없이 초고난이도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대체 킬러문항의 기준은 무엇인지, 단순히 정답률이 낮은 문항이 문제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전국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풀어보게 하지 않는 이상 모든 문항의 정답률이 출제진 의도대로 나올 순 없다. 심지어 1·2등급을 가려낼 변별력 문항이 사라지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한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일단락만 했어도 이렇게 사태는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자신들의 실수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부정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풍부한 식견을 갖췄다고 엄호했다. 조국 사태의 경우 수능에 대한 사건이 아닐뿐더러 검사로서 수사를 해봤다고 전문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고3과 수험생은 온데간데없고 윤 대통령의 심기경호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또다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이번엔 교육당국과 사교육산업의 카르텔이다. 일타강사와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 운동권'이 사교육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현우진(1987년·스탠퍼드대), 조정식(1982년·고려대), 이다지(1985년·이화여대) 등 소위 일타강사 중에 누가 저기에 해당되는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일타강사들이 킬러문항 마케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강의시장이 커지면서 소수 강사들이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맞다. 대신 과거와 달리 전국의 수험생들이 일타강사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메가패스(47만원), 대성패스(32만원), 이투스패스(34만원) 등을 구매하면 1년 동안 원하는 강의를 합리적인 가격에 모두 들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시장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가. 그렇다면 현재 구조보다 더 나은 방안은 무엇인가. 윤 대통령의 말 실수에 대한민국이 치르고 있는 비용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