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안 방류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8명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야당과 시민사회를 ‘괴담 유포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정작 과학이 보이지 않는 건 정부·여당이다.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시찰단을 파견하고, 일일 브리핑에 나섰지만 자체적인 검증 결과와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제공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오염수 방류는 논쟁거리다. 양대 과학저널인 네이처, 사이언스지는 후쿠시마 방류에 대한 과학적 쟁점을 다뤘다. 찬성 측은 바다에 희석된 방사능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생물 농축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미국해양연구소연합회(NAML)가 과학적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달엔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가 오염수 방류 중단 촉구 성명을 채택했다. 이렇게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한쪽의 주장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치쇼에 여념이 없다. 그중 하나가 ‘후쿠시마 오염수 마시기 챌린지’이다. 총리부터 장관까지 연일 세계보건기구(WHO) 음용 기준을 충족한다면 마실 수 있다는 발언을 쏟아낸다. 일본 정부조차 ‘오염수를 음용이나 생활용수에 활용해 적극적으로 피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가. 국민 우려를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횟집 먹방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영업하시는 분 말을 들어보니 예전에 코로나19 때나 초창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났을 때 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하더라. 오염수는 아직 배출도 안 했는데 벌써 먹지 말자 그러면 대한민국 어민들 다 굶어 죽으라는 거냐"라고 말했다. 이 역시 정확한 데이터와 수치에 근거한 발언이 아니며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실제 국민들이 수산물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대형마트의 이달 수산물 매출은 전년, 전월 대비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지금 국민들은 진짜로 수산물이 안전한지, 가족들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를 묻고 있다. 먹거리 안전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정부·여당은 과하다 싶을 정도까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선과 악, 과학과 괴담, 정의와 불의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