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시각] PC주의자들의 오류

by 임춘한

“소수인종 우대입학 위헌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수십 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정책과 낙태권 위헌, 성소수자 권리 제한 등 보수 편향적인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은 비정상적인 판결로 규정하고, 연방 대법원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시스템만의 문제인가.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제도들이 연방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과 구성 비율에 따라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다. 가히 이번 판결은 역사적 퇴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대법관의 임기제한과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념적 편향을 해결할 수도, 근본적인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여론조사상 미국인 절반 이상은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존재한다면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일지라도 섣불리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아무리 정의롭고 올바른 제도라고 할지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채택될 수 없다.

결국 본질은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의 실패이다.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교조주의적 태도와 불관용이 대다수를 적으로 만들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수많은 정보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제 그 누구도 자신들만 옳다고 하는 정치 세력을 따르지 않는다. 진보적 정책들을 지켜내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열려있는 토론과 치밀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진보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진보정당이 추락하고 있다.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함으로써 완전히 고립된 상태다. 정당의 존재는 정치적 타협에 있는데, 조금의 다름도 용납하지 않는다. 마치 본인들이 설정한 목표치만이 진정한 진보인양 배타적 태도를 취한다. 이대로라면 진보정치는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고 끝내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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