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시각] 대통령의 자기모순

by 임춘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자기모순 덩어리다. 대통령의 말에는 무게가 있어야 하고, 단어 하나의 선택에 있어서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연설은 역사상 최악의 경축사로 기록될 것이다.


첫 번째 모순은 법치주의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통치로, 권력분립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광복절 특사 명단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 전 구청장이 형이 확정된 지 석 달 만에 사면됐다. 이는 명백한 사법부 판단에 대한 도전이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두 번째 모순은 조작선동이다.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언론 장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후보자는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문제적 보도로 관리했고, 대변인실에서 기획한 기사·사설을 특정 언론사에서 보도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 번째 모순은 미국·일본과의 관계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이다.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동해를 일본해라고 공식화했고,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우리 군대는 일본해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동맹이고, 누구를 위한 파트너십인가.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정부, 여당이 자신들의 모순을 모른다는 데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알면서도 말을 할 수 없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혼자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침몰하는 난파선과 흡사하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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