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시각] 28.59% 구의원

by 임춘한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잇단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악구의회의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것은 최인호 국민의힘 관악구의원이다. 최 구의원은 “탁상행정으로나 나올 수 있는 1차원적 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와 의견을 종합하면 이미 범죄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정책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지게 돼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최 구의원을 뽑은 관악구 주민들을 향한 비난이다. 그러나 사실 기초의원들의 막말, 비리 등은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다. 수준 미달의 사람들이 기초의원이 되는 것은 제도적 결함에 기인한다.


정당에서 기초의원의 실질적 공천권은 지역구 국회의원(지역위원장)에게 있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철저한 검증 절차는커녕 돈으로 공천권을 팔고 사는 등 범죄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중앙당 차원에서 최 구의원 논란에 대해 모르쇠 식으로 나오는 이유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 구의원에 대해 묻자 “민주당인가?"라고 답했고, 국민의힘 소속이라고 하자 "제가 그 부분이 파악이 안 돼서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초의원선거에서 적용되는 중대선거구제와 복수공천도 문제도 있다. 관악구가선거구에서 최 구의원은 9271표(28.59%)를 얻었고, 2위를 기록했다. 해당 지역은 3위까지 당선되는 곳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 후보를 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양당의 나눠 먹기식 후보등록이 이뤄진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체 기초의원 지역구 1030개 중 487개가 3인 이상 선거구였다. 하지만 전체 기초의원 당선자 2601명 중 양당 소속이 93.6%에 달했다. 소수의견을 반영하고, 다당제를 실현하겠다고 도입된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기초의원 공천과 선거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2·3의 자격 미달 기초의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실질적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일각에선 국회의원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복수공천이 가능한 이상 예상되는 결과는 뻔하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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