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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Oct 13. 2023

[시지프의 시각] 한동훈의 적은 한동훈

“법무부의 영문명칭은 ‘Ministry of Justice’입니다. 잊지 맙시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우리는 항상 시스템 안에서 ‘정의(Justice)’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5월 17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한 장관은 정의와 상식의 법치를 약속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가벼운 입놀림에 과거 자신의 발언과 모순되는 상황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다. 한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대표 말씀처럼 (검찰 수사가)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말이 바뀌었다. 한 장관은 지난달 27일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두 번째 장면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인사 검증 업무에 대해 (과거) 책임자인 민정수석이나 공직기강비서관에게 기자들이 질문한 적이 있나 싶다. 이제는 그게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민정수석은 국회 출석도 안 했지만 앞으로는 국회 질문을 받게 되고 감사원 감사 대상도 되고 언론으로부터 질문받는 영역이 된다”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가 그냥 오롯이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고, 더 심할 경우엔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져야 할 상황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잇단 고위 공직 후보자의 인사 검증 실패에도 어떠한 설명도,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      


세 번째 장면은 정의관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 후보들은 재산신고 누락, 증여세 문제, 업무상 이해충돌, 주식 파킹, 자녀의 학교폭력 등 온갖 의혹과 모순 덩어리다. 인사검증 자체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장관은 지난 1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쓸 때는 대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되어 있다. 과거에도 그래 왔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 장관은 이미 사퇴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온갖 권력은 다 취하고, 책임은 하나도 지려 하지 않는다. 이제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다. 야당은 탄핵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역풍 따위는 없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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