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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Oct 20. 2023

[시지프의 시각] 집회를 막으려는 자

현대 민주주의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미명하에 심야 집회를 금지하려고 한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현행 집시법 10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에는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집회 성격상 부득이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만 경찰이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헌법재판소는 해가 진 이후 모든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4년엔 야간 시위 금지 역시 직장인이나 학생이 사실상 시위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한정 위헌을 결정했다.      


현재 경찰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집회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정부여당은 집회‧시위로 인한 주민들의 행복추구권과 해외 사례를 반론으로 든다. 심야시간 집회‧시위의 경우 소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일괄 금지는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또한 법과 제도는 역사와 문화적 맥락이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법이 전부 똑같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의 4‧19 혁명, 6월 항쟁, 촛불집회 등만 비춰 봐도 자정이 됐다고 모두 집에 가라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일각에선 입법 공백상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18~21대 국회에 걸쳐 법 개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집회‧시위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법의 부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 정부도 심야시간 집회‧시위 원천 금지를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다. 입법사안을 경찰 마음대로 제도화하려는 것은 월권행위다. 이제는 국회가 심야시간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해 법 개정에 신속히 착수해야 할 때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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