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시각] 듣도 보도 못한 ‘느낌 외교’

by 임춘한

대한민국의 외교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국제정치에서 외교는 국가 간의 타협과 조정을 뜻한다. 기브 앤 테이크가 없고, 일방적인 희생만 있다면 명백한 외교 실패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는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이분법만이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에게는 더없이 관대하고,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한없이 적대적이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빈손 외교’였다. 미국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지만 우리는 내세울만한 성과가 하나도 없었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자신하던 핵공유는커녕 사실상 핵무장 포기 선언이 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사실상 핵 공유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으나 미국 백악관은 “핵 공유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들이 핵 공유를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우리 기업의 규제 완화가 핵심 의제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정부·여당은 7조원의 투자 유치를 성과라고 말하지만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는 "한미동맹이 과거 안보동맹을 넘어 기술동맹, 가치동맹으로 격상됐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 숫자가 아닌 느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황당하기만 하다.


다가오는 한일정상회담의 결과가 두렵다. 지난번엔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했고, 이번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들고 온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설정한다는데 우리는 내주기만 하고 받는 것이 전무하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도 없고,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과학적인 데이터도 없다. 구체적인 성과 없이 또다시 느낌을 이야기할 것인가. 정부는 대체 누구를 위한 외교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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