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강릉의 일상은 여유롭다. 관광지가 아니라면 어디든 복잡하지 않고 평화롭다. 도시의 화려함과 분주함도 없고, 높은 빌딩도 없다. 가끔 서울에 가면 밤 9시가 되어도 꺼지지 않는 조명에 8세 둘째 아이는 서울은 밤에도 차가 많고, 환하다면서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벌써 강릉 촌놈이 다 되었다. 지하철을 타러 가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정류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내원의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계단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다리도 아프고 눈도 어지럽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더 심하다. 자동차의 매연과 도시의 퀴퀴한 냄새와 더불어 먼지는 더 뿌옇게 느껴진다. 강릉이라고 미세먼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서울보다 미세먼지 수치가 더 심한 날도 있고, 창 밖의 산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지만, 같은 ‘최악’이라도 느낌은 다르다. ‘먼지만 걷히면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이 있다. 서울에서는 미세먼지도 미세먼지이지만 걸을 때마다 옆에서 내뿜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뜨거운 여름, 건물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은 미세먼지가 걷혀도 그대로이다.
동네 카페는 한가롭고, 커피 맛도 좋다. 혼자 가도 좋고, 친구를 만나서 깊은 대화하기도 좋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카페를 찾으러 갔는데,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간신히 자리를 찾아서 들어간 카페,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테이블은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강릉에 없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를 마시고 온 것에 만족했다. 4년 전에 나도 그 속에서 더 크게 소리를 내며 대화했겠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있는 순간들이 답답했다.
강릉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많은 도시라서 안타깝다. 지금 앉아 있는 카페에도 20대 보다 50대 이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젊은 사람이 일할 수 없는 기업이 없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서 정착하고 싶어도 떠나야 하고, 강릉으로 이주하고 싶어도 당장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못 오는 친구들도 많다. 이 좋은 강릉에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리고 살면 더 좋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실 강릉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심심하고 외롭고 지루하기도 하다.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대도시만큼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강릉에 일할 수 있는 곳도 생기고 더 많은 사람이 이주하면 좋겠다. 더 많은 문화공간들이 생기고 흥미로운 다양한 것들이 생기길 바란다.
나의 일상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