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큼 Aug 07. 2023

강릉의 봄,여름

미친 봄바람, 핫한 여름

이사하고 처음 맞는 강릉의 3월은 그야말로 상상이상이었다. 말로만 듣던 3월 중순의 눈. 마치 동화속의 한장면처럼 아름다웠던 날로 기억된다. 아이들도 스키복으로 갈아입고 눈밭을 즐겼다. 그 이후로도 매해 3월, 눈이 내렸다. 눈이 한바탕 내려야 강릉은 이제 봄이 오는구나 생각이 든다.

강릉의 봄바람은 진짜 미친 봄바람, 나무가 뽑힐 듯한 바람으로 마당에 두었던 어린이 텐트가 하늘로 솟아버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우리집 대형 트램펄린이 울타리를 넘어 옆 집 마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같지만 진짜였다.

올 봄, 강릉 산불이 있었던 날, 바람은 특히 쎘다. 아이들은 서 있지도 못할 정도 였고, 어른인 나도 한발짝 걸을 때마다 바람과 싸워야 했다. 아이들 학교 정문에서 건물입구로 들어가는 짧은 시간에 먼지가 머리카락 사이로, 귓속으로 잔뜩 들어갔다. 잔잔한 경포호수는 마치 파도 치듯이 일렁거렸고, 아이들 등교 시키면서 멀리서 보였던 산불이 10분도 되지 않아서 눈 앞으로 불똥이 튀였다. ‘바람아 제발 그만 불어라’ 소리가 절로 나왔던 그 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봄바람의 위력은 송진가루와 함께한다. 소나무가 내뿜는 송진은 온 세상을 노랑으로 만든다. 아무리 걸레질을 해도 뒤돌아서면 다시 바닥이 노래지고, 세차를 해도 소용이 없다. 미세먼지보다 더 두려운 송진가루. 그냥 보름 정도는 노랑이로 사는 걸로 하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강릉의 여름은 핫하다. 모든 것이 그야말로 뜨겁다. 올해 날씨 최고기온이 강릉이었는데 섭씨 38.4도, 대구도 이긴 날씨. 밖에 나가면 헉소리가 나오고 마치 사우나에 있는 기분이다. 에어컨의 바람도 차지 않고, 정수기의 냉수도 따뜻한 기분이다. 뜨거운 날에 바다에 풍덩할 수 있으니 그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들은 바다에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파도도 타고, 조개도 잡고, 여러 바다 생물을 채집하느라 아이들의 여름은 신난다. 바다가 지겨우면 계곡으로 갔다가 또 다시 바다를 찾는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계곡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물해 준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전 06화 전원생활의 현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