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테인은 어둑한 현관에 멈춰서서 목도리를 손보고 중절모를 적절한 각도로 고쳐 썼다. 마침내 만족하고 거울에서 몸을 돌리려던 순간,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주방문 앞에 다다른 래플러와 스비로의 모습이었다. 한 손으로 초대하듯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스비로가 다른 한 손으로는 래플러의 살진 어깨를 짚고 있었다. 다정한 손길이었다. - p. 61. 특별요리.
. 영국에 로알드 달이 있다면, 미국에는 스탠리 엘린이 있다고 할 정도로 그 둘은 일상에 내재되어 있는 뒤틀림을 포착하는 데에 뛰어나다. 그래서 둘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라이벌로 불리기로 했다는데, 이번에 스탠리 엘린의 단편집을 읽어보니 얼핏 비슷한 듯도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둘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고, 그게 영국과 미국의 문화의 차이를 반영한 것처럼 읽혀서 재미있었다.
. 우선 로알드 달의 단편들은 좀 더 "맛이 깊다". 상대적으로는 자극이 덜해 처음 읽기엔 좀 밍숭맹숭하지 않나 싶지만 대신 오래도록 씁쓸함이 남는다. '소원'이나 '독' 같은 단편들은 이야기 속에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님에도 그 분위기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고, 이런 로알드 달의 솜씨가 경지에 오른 작품이 '잘나가는 폭슬리'다. 우아하기까지 한, 그리고 영국인이 아니면 절대로 발상조차도 할 수 없을 작품이다. :)
. 반대로 스탠리 엘린은 "즐기는 문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특별요리'나 '체스의 고수'에선 명확하고 자극적인 사건들이 읽는 이들을 사로잡고, '손발의 몫' 같은 단편은 이야기 내내 느껴지는 섬뜩한 분위기와 불쾌함과 짜릿함이 뒤섞인 결말이 읽는 이들을 덮쳐간다. 마치 입에 대자마자 자극적인 맛이 입 안 전체로 확 번져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한 단편을 끝내자마자 어서 다른 거, 또 다른 거 하면서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데, 단편들이 고루고루 수준이 높다보니 뭘 이어서 읽더라도 만족할 수 있다.
. 누가 낫고 못해서라기보단 내 개인적인 성향이나 그간의 독서경험을 되짚어보면 확실히 나는 로알드 달 쪽을 좀 더 선호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개인적인 성향에서는 좀 동떨어져 있음에도 이런 정도로까지 인정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대단한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스탠리 엘린의 단편은, 표제작의 제목처럼 '특별한 요리' 라고 할 만했다.
때로는 감정에 신경쓰는 것보다 신중하게 행동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이미 애플비 씨는 무엇보다도 신중함의 덕목이 돋보이는 남자였지만 말이다. 유산의 분배가 끝나자 골동품 가게는 처음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갔다. 두 번째 애플비 부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가게는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겼고 여섯 번째 애플비 부인이 처리되었을 무렵엔 가게의 이주는 수확 과정의 일부로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