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더스 - G. J. 마이어(말글빛냄) ●●●●●●●○○○
그녀는 참수형을 당한 왕비의 딸이었고,
화난 남편에 의해 처형된 또 다른 왕비와
출산하다가 죽은 다른 두 왕비의 의붓딸이기도 했으며,
결혼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큰 대가를 치러야 했던 여왕의 동생이기도 했다.
1534년에는 두 개의 댐이 무너졌다. 그 중 하나는 의회에서 무너졌다. 왕에 대한 저항이 크롬웰의 가차 없는 압력에 못 이겨 결국 꺾였고, 혁명적인 새 법률들이 연달아 제정되면서 잉글랜드 정부와 사회의 성격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하나의 댐은 왕의 마음 속에서 무너졌다. 아마도 헨리는 왕국 안에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홀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모든 자제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에 즉시 찬성하지 않는 이들도 모두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p. 255. 첫 번째 희생자
. 보통 튜더 왕조에 대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면 헨리 8세의 여섯번에 걸친 결혼과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 성공회를 만든 역사, 메리 1세의 쓸쓸한 죽음,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의 무적함대 격파와 전성기 정도일텐데(내 지식은 대부분 드라마 튜더스와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에 기대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부분은 그와 반대로 에드워즈 6세의 치세나 메리 1세의 극적인 즉위과정,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쇠퇴기에 접어든 영국의 모습 등 우리에겐 '저명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듬성듬성 비어 있는 지식을 채우는 목적에서라면 매우 훌륭하고 세세하지만, 반대로 '저명한 부분'이 생소한 이들에게는 뜬금없이 걸핏하면 몇 년씩 뛰어넘는 불친절한 책일수도 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의 이 시기 역사 부분을 후딱 읽고와서 읽는 것이다. :)
. 하지만 '저명한 역사'에 익숙하다면 이 책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반골 기질로 가득 차 있는데,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메리 1세에 대해 동정적이고(심지어 울시 추기경에게 동정적인 책은 처음 본다!), 반대로 헨리 8세에 대한 평은 그야말로 '최악의 독재자'다. 처음에는 앤 불린과 결혼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교회의 분리였지만 헨리 8세는 곧 가톨릭에 대한 탄압이 절대권력을 확립하는 데에, 특히 짭짤한 수입원으로서 도움을 준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 결과 애초의 목적이었던 앤 불린의 처형 이후에도 탄압은 계속된다. 크롬웰을 이용해(그 크롬웰마저도 나중에는 가차없이 처형한다)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전제왕권을 이룩해놓고 그 절대권력을 사치와 의미없는 전쟁에 쏟아붓는다. 이러한 정치적인 평가는 그렇다쳐도, 호색한에다 말년의 추한 외모에 이르기까지 거의 인신공격 수준의 악평이 쏟아진다.
. 헨리 8세야 그렇다쳐도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해서도 악평 일색인 건 이색적이다. 그녀는 몇몇 신하들의 강경론에 이끌려 전혀 할 필요가 없던 스페인과의 전쟁을 벌였으며, 비록 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정작 스페인보다 영국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강변한다(심지어 아르마다를 격파하는 과정에 대해선 거의 언급도 하지 않는다!!) 비록 헨리 8세처럼 종교를 적극적으로 탄압하지 않았을 뿐 말려죽이기로 일관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데다, 심지어 결혼한 신하들에 대한 '졸렬한' 사적 보복 같은 가십이나, 병에 걸리고 나이가 먹어서 가발을 쓰고 이빨이 빠지는 모습에 대한 묘사는 왜 이리 세밀한건지(....)
. 그와 반대로 메리 1세에게는 유독 후한 것도 재미있다. 동생에 에드워드 6세에게 압박과 견제를 당하면서도 그 정치적 공세를 결국 이겨내고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어 에드워드 6세 사후 그의 권신이었던 더들리에게 승리를 거두는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하고(이 책에서 가장 열띠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가톨릭에 대한 독실한 신앙을 호의적으로 그려내었으며, 노처녀로 늙어가는 그녀의 외로움과 실패로 끝난 결혼, 상상임신을 하는 불행한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작가의 안타까움이 구구절절 느껴진다(....) 실제로 메리 1세는 영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대륙 영토인 칼레를 빼앗긴 왕이었고, 그녀가 추구했던 반종교개혁 역시 실패로 돌아가는 등 유산이나 업적이랄 만한 게 거의 없는 왕임에도 이 책은 메리의 과를 가리고 감성은 극대화해 서술하고 있다.
. 이렇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성향이 확고하게 드러나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간 저명한 이야기들에 가려서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다룬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 책이 아니면 에드워드 6세의 치세나 그의 사후 메리와 더들리의 싸움을 이토록 세세하게, 극적으로 읽을 방법은 없다. 거기다 보통의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글빨까지 있으니. 튜더스를 보고, 거기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불같은 연기와 어린 사라 볼거의 강단 있는 연기에 감탄했다면, 눈에 띄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읽어볼만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엘리자베스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톨릭 신자였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신앙체계들의 공존이 허락되는 새로운 종류의 국가건설을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호전적인 신교도였고, 당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국가든 여러 개의 신앙을 허용하며 국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여전히 자신의 안위 뿐이었다. 10년 이상 그녀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단지 불편을 주는 데 만족하면서 서서히 그들의 수가 줄어들어 결국 사라지도록 만들려 했다. 또한 그녀는 국교회의 교리와 관례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도 그저 만족했다. 그리하여 가장 열렬한 신교도 중에도 신교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 p. 608. 또 한 번의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