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도, 시골의사도, 단식광대도 모두 나 자신이었다

프란츠 카프카 - 프란츠 카프카(현대문학) ●●●●●●●○○○

by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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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속에서 엄청 큰 섬뜩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랑하는 부모님," 하며 여동생은 말머리를 꺼내더니 손으로 식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이렇게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어요. 두 분은 혹시 깨닫지 못하셨을지 몰라도 저는 깨달았어요. 저는 저런 괴물 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도록 애써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저것을 돌보고 참아 내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어요. 우리를 털끝만큼이라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 p. 194. 변신




. 정말 오랜만에 카프카를 다시 읽으면서, 카프카의 글이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던 시절이 오히려 어리고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카프카의 글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의 글이 어렵다기보다는 읽는 사람들이 아직 그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료제로 대표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이나, 집단과 일상 속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개인의 모습, 강박에 시달리며 쇠약해지는 모습은 극히 사실적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그는 여전히 가장 깊은 구중궁궐의 방들을 억지로 무리하게 지나가고 있다. 결코 그는 그 방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설령 그가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층계들을 내려갈 때 그는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고, 그리고 설령 그것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궁궐 안의 마당들은 가로질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궁정들을 지나고 나면 에워싸는 두 번째 궁궐이 있을 것이고, 또다시 층계들과 궁정들, 그리고 또다시 하나의 궁궐, 계속 그러다보면 수천 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그가 가장 바깥쪽 성문에서 뛰쳐나가면 -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결코 일어날 수 없다 - 비로소 군주의 거처가 있는 수도가, 세계의 중심이, 가득 쏟아 놓은 침전물로 높이 쌓인 채, 그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아무도, 심지어 죽은 자의 칙명을 지니고 있어도, 결코 이것을 뚫고 나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대는, 저녁이 오면, 그대의 창가에 앉아 그 칙명이 그대에게 오기를 꿈꾼다.

- p. 601. 만리장성의 축조 때




. 물론 '변신'이든 '단식광대'든 아니면 '성'이나 '심판'에도 얇디 얇은 한 겹의 비유 정도는 있지만, 그 비유의 막은 너무 얇고 투명해서 카프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아무 가림없이 투명하게 전달된다. 변신이나 단식광대에 이르면, 이걸 정말 비유로 볼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다. '벌레', '광대'라는 고유명사만 슥 지워내면 그 속에서는 사회 속에서 소모되어 오그라들어버리고 나서야 겨우 톱니바퀴에서 벗어난 인간의 모습이 남아있다.


. 카프카가 볼 때 인간이 그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벌레나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도 찾지 않는 단식광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이나 심판, 그리고 만리장성의 축조 때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이뤄지지 않을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바퀴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시골의사'처럼 허무한 규율에 묶여 모든 걸 망쳐버리든지, '굴'의 주인공처럼 소모되어 짓눌려간다. 이 어디에 모호함이 있단 말인지 - 그의 글을 모호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러울 뿐이다. (__)




단식을 해낸 날짜의 숫자가 적힌 팻말에는, 처음에는 매일 세심하게 날짜를 바꾸었지만, 이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제나 같은 날짜가 적힌 채였다. 왜냐하면 처음 몇 주가 지난 다음에는 단원에게조차 이 작은 일거리가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식 광대는 계속해서 단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가 미리 예고했고 때때로 꿈꾸었던 만큼의 단식을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날짜를 세고 있지 않았다. 아무도, 단식광대 자신조차도 성과가 어느 정도 큰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슬퍼졌다.


- p. 352. 단식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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