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사할린 섬 外
<추리소설>
1. 변신 - 히가시노 게이고(창해), ●●●●●○○○○○
-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드라마와 스릴러와 사회 이슈와 과학이 적당히 잘 뒤섞인, 그리고 이를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를 가장 '잘 팔리는' 작가로 만들어준 유형의 소설. 말을 붙이기에 따라선 진정한 자신이니, 의료윤리니,
하는 평을 할 수 있겠지만, 어느 하나 진득하니 파고들지 않고 슥슥 훑고 지나가버리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답다.
2.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 하라 료(비채), ●●●●●●○○○○
- 하라 료의 소설이 늘 그렇듯 야쿠자에 경찰에 정치인까지 개입해 끝없이 복잡해지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제자리로 돌아오고, 전혀 예상할 수 없던 범인이 등장한다. 해피엔딩이라 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사와자키는
드러난 사실들을 끌어안고 던져진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일반소설>
1. 북호텔 - 외젠 다비(민음사), ●●●●●○○○○○
- 짤막짤막한 각 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에서 작가는 흘러들어오고 머물고 다시 기약없이 흩어지는 이들의 모습을
잠깐잠깐 비춰나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개별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뭔가 모호하게나마 이미지가 떠오르고,
호텔이 기업에 인수되어 철거하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쓸쓸함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이 와닿아진다.
2. 제61회(2016)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현대문학) - 초록빛 모자 - 김채원 外
- 언니의 죽음과 과거의 기억에 억눌린 주인공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남장을 한 채 거리를 떠돌고,
그녀를 지탱하는 건 끊임없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 뿐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주인공은 그 끝에서
초록빛 모자를 통해 잠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 하루가 더없이 침착하고 우아한 문장으로 쓰여져 있다.
3.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모모), ●●●●◐○○○○○
- 3, 4년전 쯤 sns를 통해 홍보가 되어 대박을 친 소설. 일본소설이 이미 메이저한 장르가 된 와중에서도,
이런 책을 발굴해서 대박을 칠 수 있었다는거야말로 출판사의 역량이다. 소설 자체에 대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의 성공 덕에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이 더 번역되었으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
4. 제32회(2008)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사상사) - 정류장 - 박형서 外
- 어리숙한 촌사람이었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 앞의 정류장과 거기에 서는 버스를 보여주고 싶어 저지른 실수로
인한 일들. 결국 버스는 한 번도 들어오지 못한 채 반짝반짝 닦여진 정류장만 남게 된다는 씁쓸한 이야기지만,
작가는 누굴 비판하기보단 어린아이의 입으로 아릿한 기억을 풀어놓길 선택하고, 그래서 참 아련하게 느껴진다.
<기타>
1. 사할린 섬 - 안톤 체호프(동북아역사재단), ●●●●●●○○○○
- 생각해보면 러시아로선 땅끝 변경이었지만 우리나 일본에게 있어선 정말 코앞에 있는 게 사할린 땅이었기에,
체호프의 세세한 기록 속에서 그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게 재미있었다. 특히나 아이누 족이 몽골 침략기에
한국을 거쳐 섬으로 도망친 집단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어쩌면 멸망한 거란족이 아이누에 정착한걸지도.
2.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안그라픽스), ●●●●●◐○○○○
- 우리에겐 '물의 교회'나 '빛의 교회'로 잘 알려져 있는 안도 다다오의 일생을 담은 에세이. 전쟁 중에 태어나
고도성장기와 버블 속에서의 성장과정, 공공건축과 세계화의 붐 속에서 만들어나간 자신의 작품들,
그리고 지금의 그가 생각하는 환경과 미래를 담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고루고루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