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지중해의 몰락에 대한 또 다른 시각

지중해 2부 1권 - 페르낭 브로델 (까치글방) ●●●●●●●◐○○

by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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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국가는 16세기 최대 사업가였다.




. 흔히 16세기에 들어 대항해시대의 도래로 인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역사의 무대가 옮겨갔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페르낭 브로델의 이 책은 대항해시대의 도래와 지중해의 몰락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시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 권을 통째로 할애하여 당시의 정치와 경제적 상황을 분석해나간다. 실제로 대항해시대의 해상로 개척으로 인해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의 향신료가 들어오는 루트가 열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만 제국이 시리아와 이집트를 손에 넣고 이를 거점으로 홍해와 페르시아만까지 진출해 인도로 가는 길목을 틀어쥠에 따라 포르투갈은 오스만 제국과 교역로를 놓고 명운을 건 전쟁을 벌여야 했다. 비록 그 전쟁에서 포르투갈이 패배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국력의 차이로 인해 홍해는 다시 오스만 제국의 손에 들어오게 되고, 오스만 제국에서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지중해의 향신료 무역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된다.


. 여기에 대서양에서 들어오는 신대륙의 귀금속 유입 역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지중해 무역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 극히 낡은 구조를 가진 에스파냐는 제노바 상인의 도움 역시는 신대륙에서 들어오는 귀금속을 유통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더구나 단시간에 제국으로 급성장한 결과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을 시작하게 되어 신대륙에서 유입된 부를 발전에 투입할 수 없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원양항해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되면 홍해를 거치지 않고 인도나 향료제도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교역루트도 활성화 되었을 것이고, 신대륙의 부 역시도 단순히 착취-고갈의 악순환을 벗어나 지속적인 개발의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중해의 몰락은 그런 발전이 이뤄지기 이전에, 지중해의 양 끝에 에스파냐와 오스만 제국이라는 초 거대제국이 생겨나고, 그전까지 지중해를 이끌었던 도시국가들이 지역을 움직이는 동력을 제국에 내준데서 왔다.




그러나 비슷한 위기가 지중해 전 지역에 걸쳐 나타났다. 사실 도시국가는 너무나 취약했고, 영토는 협소하여 당대의 정치적, 재정적 과업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것은 시한부 선언을 받고 곧 사라지게 될 국가 형태였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점령, 1472년 바르셀로나의 함락, 1492년 그라나다의 멸망은 이러한 상황의 가장 명백한 증거들이다.

반면 도시국가의 경쟁자인 영토국가는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덕분에 근대 전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영토국가는 용병부대를 유지했고, 값비싼 대포를 구입했다. 이 국가들은 대규모 해전이라는 사치 또한 누릴 수 있었다. 영토국가의 약진은 오랫동안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었다.

- p. 382. 제국




. 위에 언급된 것처럼 소규모 도시국가들은 양대 제국에 대항하기엔 너무나도 작고 취약했으며, 베네치아를 제외하고는 내정 역시도 불안했기에 '양'을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한 영토국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했던 에스파냐와 오스만 투르크는 레판토 해전 이후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지중해에서 돌연 관심을 거두고 각각 저지대 국가와 페르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그렇게 지중해는 한순간에 역사의 무대에서 외면당하고 만다. 수십년 후 양대 제국이 다시 지중해로 진출하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거대 제국은 비효율로 인해 쇠퇴기에 접어들고, 그들을 대신해 중간 규모의 대서양 국가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페르낭 브로델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입증하기 위해 3부 4권으로 쓰여진 지중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이 책에서 당시의 경제를 분석해간다. 교역은 물론 금융과 농업에 이르기까지 16세기의 경제상황을 분석해가는 이 책은 어렵기는 하지만, 시간을 들여 읽어내고 있다보면 점점 사건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럼 과연 이런 갑작스러운 '대전환'이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남은 책을 더 찾아들어가야 한다. :)




1580년대 이후의 대규모 전쟁은 세계의 중심이 된 대서양의 지배를 위한 것이었다. 대서양이 북쪽의 프로테스탄트 세력에 넘어가느냐, 아니면 에스파냐인에게 돌아가느냐는 중대한 문제였다. 은, 무기, 배, 화물, 정치사상을 가진 에스파냐 제국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 거대한 전장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오스만 제국은 아시아에서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 지중해에 등을 돌렸다.

- p. 409. 우연과 정치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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