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고철 ]
녹슨 저울을 주춤거리며 트렁크에 실었다.
묵직한 뱃살이 접혀 얼굴이 벌게졌다.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프라이팬을 끄집어내느라 싱크대 안쪽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읏챠, 헉헉'
점점 불어난 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꽁꽁 매달려 있다. 그걸 알면서도 느긋해지려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비울 목록에 내장지방 덩어리도 잊지 않고 꼭 넣어두어야겠다.
그나저나 사용하기 어려워진 쇳덩어리들을 처리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처음에는 버려야 할 프라이팬을 손에 들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도로 싱크대 깊은 곳으로 집어넣어버렸다.
맞다. 싱크대 속으로 버렸다.
지역 카페에 들어가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역시 넘쳐나는 지식들이 가득하다.
'분리해서 버리거나 고물상에 가져가면 된다?'
'조금 귀찮네.'
싱크대 안에서 꺼낸 프라이팬을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다시 모니터 화면을 내려 다른 정보도 찾아보기로 했다.
'고철로 버리세요.'
'저는 고물상에 가져다주었어요. 그리고 돈도 받았죠.'
'오호라, 고물상에 가져가면 된다고?'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보다는 훨씬 실용적인 방법이 있었다. 게다가 고물상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달랑 한 개만 가져가기도 멋쩍어서 우선 마당 한쪽에 툭 던져두었다. 이번에는 싱크대가 아니라 또 다른 곳이다.
장소만 바꿔가며 버려지고 있다.
반갑지 않은 존재는 잡초뿐만이 아니다.
버리는 데에 고민이 되는 물건들이 가끔 나온다. 그럴 때마다 현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쓸데없는 관찰을 하곤 한다.
'흠, 너는 쓸모를 다해서 가야 하는데 어디로 보내야 하는 걸까.'
드디어 버릴 만한 두 번째 프라이팬이 생겼다.
이번에도 딸랑 두 개만 가지고 고물상으로 가기엔 뭔가 부족했다.
마당으로 나가 더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내놓은 프라이팬이 먼지가 쌓인 채 항아리 위에 올려져 있다.
항아리 위에 올려놓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 저기로 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옆지기가 옮겨둔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옮겨 놓았나?
갈 곳 잃은 떠돌이마냥 이리저리 차이는 프라이팬이다.
대문 입구를 비켜 세워놓은 선반을 둘러보며 이제는 두어도 더 이상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전혀 없을 금속류를 끄집어냈다.
커다란 곰솥, 버리긴 아깝지만 두기에도 번거로운 스테인리스 식판들, 불편하게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프라이팬 몇 개. 그리고 잡다한 기물들이 꽤 많이 나왔다.
한 달째 비우고 있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비우는 게 쉽지 않았다.
쓸만한 것들이라 더 망설여졌다.
흙먼지가 쌓일 정도로 오랫동안 비바람을 이겨낸 강철들이 이곳저곳에 아직도 많이 있다. 도대체 철물점도 아니고, 쓰지 않는 금속이 왜 이렇게 많이 있을까.
손으로 대충 잡아 모으다가 현관으로 가서 마스크를 꺼내 쓰고 창고로 가서 장갑을 찾아 양손에 끼워 넣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먼지와 싸워야 할 것 같았다.
날도 건조하고 목까지 칼칼해져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캔 뚜껑을 따자 거품이 얼굴에 살짝 튀었다. 꿀떡꿀떡 목을 타고 넘어가는 탄산이 따끔했다.
뱃살 아래로 흘러내린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금속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까 꺼내둔 솥과 프라이팬 옆에 냄비 뚜껑, 저울, 숟가락 등 열댓 개를 더 찾아 모아놓으니 고물상에 가져가도 멋쩍지 않을 것 같다.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비울 쇳덩이들을 트렁크에 실었다.
마당 곳곳에 아직 고물상으로 보낼지 정하지 못한 것들도 꽤 남아있다.
'그래 우선 결정한 것만이라도 제 갈 곳으로 보내 버리자.'
고민을 반복 하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