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내 것이라면 언제든 손 닿을 곳에 있어야 한다.
행복은 옆집에 들러 하룻밤 머물다가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농산물시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옥수수 파는 할머니의 입가에 잠시 붙었다, 건넛 가게 과일 가게 사장님에게로 간다.
월요일 정오. 시장을 찾는 발길은 드물지만 그렇다고 영 없진 않다. 누구라도 먹어야 하기에.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8분. 청주의 한 사출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준비하던 김 아무개 씨는 라디오에서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같은 근무조인 30대 젊은이에게 계엄령이 내려졌다고 했다. 그런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아무래도 국회로 가봐야겠다고 했다. 거길 왜 가냐고, 우리랑 계엄령이 무슨 상관이냐고 했지만 그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곧장 여의도로 차를 몰았다. 그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땅에서 홀연히 빠져나간 행복이라는 놈을 어떻게든 붙잡아야 했다. 도망쳐 달아난 행복 대신 자리한 것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었지만, 한편에서는 누군가의 희생을 숙주로 만들어진 불법적인 희망이라는 변이 바이러스도 함께 퍼지고 있었다. 그것이 김 아무개 씨를 여의도로 가게 했다.
행복의 여행에는 법칙이 있다고 어느 여행자가 귀띔해주었다. 떠났다가도 돌아오고, 머무르다가 다시 떠나는 것이 행복이나, 특히 시간을 거스르려는 자, 공허한 말로 마음을 움직이려 하는 자,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에게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고. 행복을 조금 더 붙잡아 두는 방법도 알려 주었는데, 곁에 왔을 때 왔냐고 하지 말고, 떠나려고 할 때 붙잡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조금 더 머무를 거라고.
내 것이면서도 네 것인 행복은 꽁꽁 가둬둘 수 없다.
다만, 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