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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고뇌

by 시월아이

찌익- 와그작

봉지를 조심스럽게 열고 강냉이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깨무는 소리가 들린다.

찌익- 와그작

두 개째 강냉이알을 입에 넣고는 또다시 조심스럽게 깨무는 소리가

단 둘 뿐인 사무실에 밉상스럽게 울려 퍼진다.


갑자기 다가와 내 옆에 바싹 붙어 서서 내 모니터를 빤히 들여다본다.

왼쪽 귀에 대고 말할 때 썩은 정어리 같은 입냄새가 풍긴다.


점심 먹으러 간 식당 테이블 밑으로 수십 번씩 왼쪽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가며 다리를 꼬는 바람에 내 바지에 흙이 묻는다. 가끔씩은 다리를 제대로 걷어차기도 한다. 그래도 하던 말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했던 말을 며칠 뒤 자기 생각인 양 다시 내게 말한다. 그것도 아주 신나게.

내 얼굴이 찡그려지는지 나는 보지 못했다. 어금니까지 차오른 한 마디를 어렵게 다시 삼킬 뿐이다.


주말 내내 늙은 호박 속을 긁었는데 양이 너무 많다며, 얇게 채 썬 노란 호박 속 두 봉지를 가져다준다.

마트에 다녀왔는데 사과대추가 제철이라며 한 봉지 사다 준다. 애들 주라고.

아이가 아파 병원에 들렀다 출근한다고 하니 오늘은 하루 푹 쉬라고 한다.


눈치는 상실했고 정은 남았다.

싫고도 좋아서, 그게 괴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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