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하나 없이 빽빽하게 쓰인 문자를 받고 모욕감을 느꼈다.
글자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겹겹이 서로 눌어붙어, 어디 한 번 떼 볼 테면 떼 보라며 통째로 유유했다.
거기에는 나를 향한 배려도, 쉼도, 감정도 없다.
거기에는 먹다 남긴 옥수수에 지저분하게 남겨진 알갱이의 잔재들만큼이나 빈틈이 없다.
그것이 나의 숨통을 죄어오는 것이다.
손대기조차 꺼려지는 옥수수를 집어 들고 그것이 남겨진 상황을 이해하려 했을 때
나는 윽 하는 소리를 뱉으며 손가락에 힘이 빠진다.
십 수년 전 푸릇한 대학생이던 시절, 번지르르한 이마를 가지고 눈꼬리가 1.5도쯤 처진 한 사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의 환심을 사려했다. 그날 그가 나를 밀어붙이고, 한 달 뒤 띄어쓰기도 없이 그만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왔을 때 나는 주저앉았다.
쉬어가자고, 쉬어가자고
한참을 뒤처진 무릎 아픈 여인이 앞선 한 사내를 원망 어린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아도 사내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절뚝이며 걷는 저 여인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에서 여인은 오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는 택시를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사내는 그날 저녁 부부 계모임에 혼자 앉아있었고, 아내를 찾는 친구들의 물음에 아내가 아파서 못 왔다며 웃어넘겼다.
1주일 동안 80시간을 베이글을 굽다 숨진 한 청년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가게 바깥으로는 1년 내낸 긴 줄이 늘어서는 맛집이었다. 가 본 적 없는 곳이지만 그 청년이 구었을 베이글을 상상하니, 씹지 못하고 통째로 삼킨 베이글이 식도를 지나 위가 아닌 심장으로 밀려 들어가 온몸에 뿜어져야 할 피를 끈적하게 만들어 서서히 내 몸이 굳어오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 쉼이라는 것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싶어 숨이 차고 눈앞이 흐려졌다. 수십만 자영업자들이 빈 테이블과 빈 통장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거대 프랜차이즈는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끊임없이 빵을 찍어 냈다.
제발 좀 한 번만이라도 돌아보라고, 쉬어 가라고, 숨을 쉴 틈을 주라고
틈이 없어 죽은 159명의 이태원의 어린 영혼들을 보라고, 잊지 말라고, 제발 손가락이라도 거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