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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발적 무급노동자 Sep 16. 2024

공무원들은 이렇습니다. 유형별 공무원 탐구 분석.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공무원 정원은 117만 명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에 다니는 직원이 21만 명 정도라니, 삼성의 5배이다. 아주 거대한 조직이다. 공무원 조직을 따로 관리하는 행정부처(인사혁신처)가 따로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고 일하고 있겠는가?


근 20년을 공무원으로 살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다. 배울 게 많은 훌륭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심이사'들이었다. 개중에는 나에게 나쁜 '본보기'를 보여줘서, 내가 공직을 그만두게끔 작게 일조(?) 하신 분들도 있다. 오늘은 나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섯 유형으로 분류해 보고자 한다.  




유형 1: '월급루팡'형 ver.1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월급을 축내는 사람을 '월급루팡'이라고 부른다. 공직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 유형이다. 대표 유형인 만큼 할 이야기가 많아, 글이 길어질 수도 있어서 ver1, ver 2로 나눠서 소개하겠다. 이 유형은 대부분 근무 연수가 제법 쌓인 연령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무원은 나이 먹을수록 편해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직급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연차가 쌓일수록 월급은 자동적으로(!) 더 늘어나는데(복리의 마법에 버금가는 '호봉의 마법'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하는 일은 더 줄어든다. 물론 직급이 높아지면 그에 따른 책임이 수반되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사기업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고위직(?)들은 이런 스트레스라도 받지만, 직급이 낮은 나이 많은 직원은 월급루팡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나이 대우'를 해준다고 힘든 일은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경험이 필요한 난이도 있는 까다로운 일들을 오히려 젊은 직원들이 떠맡게 된다. 참으로 불합리한 일이지만, 나는 정말 이런 일들을 많이 보았고, 직접 당하기도 했다. 이 유형이 밑에 소개할 다른 유형과 다른 점은 비(非) 자발적으로 월급루팡이 되는 경우도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유형의 공무원분들을 그다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유형 2: '월급루팡'형 ver.2 

할 일도 없으면서 야근을 하거나 휴일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유형 2의 사람들은 두 종류로 세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부양할 가족은 많은데 월급이 박봉이라 할 수 없이 사무실에 남아 시간 외 수당이라도 챙기려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일찍 집에 가봐야 반겨주는 사람도 없으니 차라리 사무실에서 시간 보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짠(?)하기도 하지만, 짠하다고 해서 봐 줄 수는 없는 양심 없는 행위이다. 시간 외 수당 부당 수령 관련한 뉴스는 하도 많이 나와서, 정부에서 시간 외 수당 총량제 및 사전 승인 제도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 중이지만, 이 유형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다. 


유형 3: '자포자기'형

연차는 꽉 찼는데 승진을 못한(혹은 앞으로도 못할)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 중에는, 한때는 마음에 풍운의 꿈(?)을 안고 조직에 충성을 다했던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저런 (자기는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진급이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직무보다는 다른 쪽에 한눈을 팔게 된다. 대개는 주식 투자를 하거나, 공인중개사 같은 자격증을 공부한다. 이 유형은 '찐 자포자기형'과 '가짜 자포자기형'으로 세분할 수 있다. '찐' 유형은 정말 막(?) 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윗사람들이 일도 잘 안 시키고 그냥 내버려 둔다. 그래서 이 유형은 유형 1(월급루팡 ver.1)로도 분류할 수 있다. '가짜' 유형은, 윗사람들이 귀신같이 알아보고 때때로 잘 이용해(?) 먹는다. 어떤 식으로 '이용'해 먹는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유형 4: '출세지향'형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공직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유형의 사람을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 부른다. 이 유형의 특징은 대체로 자기 신념 없이 윗사람들이 지시하는 대로 일을 '잘' 수행한다. 업무뿐만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윗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면 자기 출퇴근 동선과 맞지 않는 상사에게 카풀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회식 자리에서는 언제나 '용비어천가'를 부른다. 때로는 물질적인 향응을 제공하기도 한다. 피 나는 노력 끝에 목적을 달성한 이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기 원하므로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이 해왔던 비슷한 행위를 강요한다. '영혼 없는' 사람들이 공무원 조직에 계속 존재하는 이유다. 


유형 5: '마음은 콩밭에'형

밀 그대로 마음은 콩밭에 있어서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공직을 그만두길 원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개발을 열심히 한다. 일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해서 교수가 되거나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다. 혹은 자기 취미를 살려서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잘 된 케이스도 있는 반면, 바라던 바가 잘 풀리지 않아 '콩밭'에 가지 못하게 되면 유형 3(자포자기형)의 공무원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유형에 속한 공무원이었고, 다행히 '콩밭'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이 바르게 성장하는데 올바른 주변 환경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공무원 생활할 때 처했던 환경은 유형 1부터 4까지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던 그다지 '올바르지' 않았던 환경이었다. '하향평준화'를 암묵적으로 강요당했고, 그렇게는 되기 싫어 과감히 박차고 나왔다. 물론 그중에서도 '하향평준화'를 거부하고 훌륭하게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분들도 있다. 지난 편부터 거듭하는 얘기지만, 나는 그런 분들을 존경한다. 


위에 소개한 유형은 말 그대로 '대표 유형'이다. 공무원 조직에는 아주 개성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그런 분들의 개성이 조금씩 무디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주변에  '모난 돌'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면 이 말을 꼭 전해 주시길.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 배경이미지 출처: needf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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